경제·금융

명예와 명성/유재용 소설가(로터리)

우리의 전통적 가치관은 명예를 중히 여기는 것이었다. 「가문의 명예를 목숨처럼 생각하라」는 말은 우리 귀에 낯설지 않다.명예란 그냥 이름이나 명성과는 다르다. 윤리적 평가가 동반되어 있다. 「도덕적 존엄에 대한 자각, 또는 도덕적 존엄이 타인에게 승인되고 존경·상찬되는 일」로 사전에 정의되어 있다. 세상에 태어나 명성을 얻는 일은 당연히 자랑스럽되 도덕적으로 자신을 다스리고 사회 공익에 이바지한 결과로 세상사람들에게 떠받들려져 얻고 알려지는 명성이어야 한다. 현대는 자기표현시대고 자기홍보시대다. 자기가 속한 사회에서 자기가 뜻한 바를 이루어가려면 자기존재를 홍보하고 자기가 기획한 사업이 정당함을 널리 선전해야 한다. 그 필요성은 무한 경쟁시대의 현대사회가 인정하고 있다. 우리사회에서는 오늘도 변함없이 명예를 외치고 있다. 특히 지도층인사, 그중에서도 지성인들이 명예란 말을 즐겨 입에 올린다. 명예를 얻으려면 황금을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로 여기는 정신이 밑받침되어야 한다. 금전만능시대, 이름도 풍선처럼 부풀려 돈 버는데 이용해먹기에 혈안이 된 시대에 명예란 얼마나 귀한 것인가. 그러나 요즘 지성인들이 즐겨 입에 담는 명예라는 말은 어딘지 공허하게 들린다. 순수하지 못하고 이기적 계산이 밑바닥에 깔려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명예냐, 돈이냐 하는 질문이 진지하게 사용된 적이 있었지만 요즘와서 그런 질문은 유행가 가사에서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돈을 추구하는 일이나 명에를 추구하는 일이 다르지 않고 그저 그렇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명예가 바로 돈과 연결되는 세상이니 이쯤되면 명예가 아니라 명성이고 이름이다. 이런 명성, 이름을 얻기 위해 얼마나 돈을 많이 써야 하고 로비를 잘해야 하는지 아느냐고 묻는 사람도 적지 않다. 요즘 사회속에서 개인이 탈선을 하지 않고 질서를 지키도록 만드는 것은 개개인이 내부에 지닌 도덕적 가치관이 아니라 타인의 시선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보는 눈만 없으면 무슨 짓이라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한달에 한번 이상 텔레비전에 얼굴이 비치지 않으면 불안초조해지는 지성인이 늘어나고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떠돈다. 명예라는 말이 제자리를 되찾아야겠다.

관련기사



유재용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