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무상급식 포퓰리즘 복지에 밀려… 중고생 심리상담 '찬밥'

상담 2년새 3배 늘었지만 예산배정 우선순위에 밀려

전문인력 배치 턱없이 부족

상담까지 한달이상 기다려야


최근 들어 포퓰리즘 공약 때문에 학교 예산이 무상급식 등에 편중 지원되면서 갖가지 부작용이 생겨나고 있다. 특히 성적이나 가정문제 등으로 심리상담을 원하는 중·고생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예산 부족 때문에 상담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학생들은 상담요청 후 한 달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3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교육청 단위로 설치된 상담센터(wee센터)에서 실시된 학생상담은 107만7,000건에 달한다. 2011년 28만7,000건과 비교하면 2년 동안 275%나 급증한 것이다. wee센터는 일선 학교에 설치돼 있는 상담실(wee클래스)에서 해결하기 힘든 학생들을 상담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선 학교별로 이뤄지는 상담요청까지 합치면 실제 상담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성적이나 이성교제, 가정문제 등으로 상담을 요청하는 중고생들이 급증하고 있지만 실제 일선 학교에서 이뤄지는 상담은 극히 일부에 그치고 있다. 서울시 등 전국 5개 광역시 중고등학교에 배치된 정규직 전문상담교사는 학교당 0.38명에 불과하다. 3개 학교에 1명 정도에 그치고 있는 셈이다. 서울의 경우 700개 중·고등학교에 있는 전문상담교사는 268명뿐이다.


상담센터라고 문은 열어 놨지만 정작 상담교사가 없어 무늬만 상담센터로 운영되는 곳이 60%가 넘는다는 얘기다. 지방의 A고등학교에서 상담사로 근무하는 이모(28)씨는 "학생들의 상담요구가 밀려 상담 요청 후 2~3주 이상 기다려야 상담이 가능하다"며 "급하지 않은 경우 한 달 이상 대기상태에 있는 학생들도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고등학생인 동생이 심리상담을 받았다는 직장인 정모(26)씨는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동생이 심리상담을 요청했지만 대답은 '한 달 이상 기다려야 된다'는 것뿐이었다"며 "한 달 이상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져 있어야 했던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끔찍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교폭력 등 시급한 상담이 필요한 학생들도 장시간 대기상태로 방치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경기도 용인의 고등학생인 정모(19)양은 "지난해 주변 친구들의 괴롭힘에 시달려 학교 내 상담실을 찾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기다리라는 말뿐이었다"고 토로했다.

일선 학교에서 상담을 진행하는 교사들도 고충을 토로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대구의 한 중학교에서 전문상담사로 일한 장모(27)씨는 "대기 학생들이 많다 보니 겉보기에 시급히 상담이 필요한 상태가 아니면 기다려 달라며 돌려보내고 있다"며 "그러나 불안정한 심리상태인 학생이 대기 중에 다른 행동을 하지 않을까 늘 긴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씨는 "상담교사들이 매일매일 이런 식의 긴장을 하다 보니 상담이 제대로 이뤄지겠느냐"며 반문했다. 지역교육청이 관할하는 wee센터의 경우 사정이 좀 낫다고는 하지만 인력부족 탓에 주말이나 밤 늦게까지도 상담이 이뤄질 수밖에 없어 상담의 질 저하를 우려하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문상담교사를 더 뽑아서 일선 학교에 배치해야 하는데 무상급식 등 복지에 들어가는 비용이 워낙 많다 보니 심리상담은 예산배정 우선순위에서 계속 밀리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부가 고육책으로 들고 나온 전문상담사 채용도 겉돌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통 1년 단위로 지역 교육감 또는 학교장과 계약하는 전문상담사는 정규직인 전문상담교사의 빈자리를 메우는 것인데 지역 재정 형편도 좋지 않다 보니 실제로 상담사를 채용하는 학교가 별로 없는 것이다. 이상민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학교상담 전공)는 "상담인력 확보가 학생들의 심리안정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것은 이미 수많은 연구결과가 입증했다"며 상담인력 확충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예산이 걸린 문제라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학생들의 심리상담 공백이 장기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건강증진재단 자료에 따르면 2011년 10∼19세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가 10년 새 57.2%나 늘어나는 등 청소년 자살률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전문상담교사 확충은 예산과 공무원 정원문제가 함께 걸려 있어 교육부가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