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아자동차가 분식회계 사실을 자진 신고한 데 이어 대한항공도 과대 계상된 재고자산을 수정하겠다고 공시하는 등 과거의 잘못된 회계 처리에 대한 대기업들의 `고해성사'가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는 것은 매우 반가운 현상이아닐 수 없다.
우여곡절 끝에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이 올해부터 시행에 들어가면서내년 말까지 2년 동안 한시적으로 과거의 분식회계를 집단소송 대상에서 제외하기로한 특례 조치에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호응하기 시작한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매도 빨리 맞는 게 낫다고 이왕 치를 통과의례라면 하루 빨리 과거의 망령에서 벗어나 새 출발하는 게 기업들은 물론이고 나라 경제의 앞날에 앞날에도 훨씬 좋을 것이다.
기업들이 자산을 부풀리거나 부채를 줄여 외양을 그럴 듯하게 꾸미는 게 관행처럼 이뤄진 시절이 있었다.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터져 나와 아직도 후유증을 완전히털어내지 못하고 있는 SK그룹의 분식회계 건이 대표적인 예다.
준법정신 결여 때문이든, 정치권의 강요 때문이든 투명성이나 윤리 경영에 신경 쓸 겨를이 별로 없었던때의 일이다. 그러나 외환 위기 당시 우리 기업들의 투명성을 탓하던 미국조차 엔론이나 월드콤 같은 대규모 회사들의 회계 부정 스캔들로 홍역을 치른 것을 보면 분식회계는 어쩌면 세계 공통의 현상인지도 모른다.
다만 한국 기업들의 주가가 저평가되고 있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기업 투명성이 지목되고 있는 만큼 분식회계에 더 이상 관대할 수 없는 게 우리의 입장이다. 사회의 모든부문이 맑아지고 있는데 기업들만 혼탁한 채로 남아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런 차원에서 과거 잘못에 대한 기업들의 고해성사가 앞으로 줄을 이을 것으로기대한다. 과거에는 걸리면 `나만 그러냐?'며 억울해 할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그런 분위기가 아니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집단소송법을 제정하고도 시행에 들어갈때까지 상당한 시간을 주었으나 그것으로는 모자란다고 아우성치는 바람에 유예기간을 2년이나 더 주었는데도 기업들도 또다시 미룰 핑계를 찾는다면 정말 염치없는 짓이다.
과거의 잘못을 숨김없이 고백하고 나서는 참된 용기가 필요하다. 아울러 이왕`참회의 장'을 마련해 주었다면 기업들의 고해성사에 대해 과거의 죄를 탕감받으려는 `얄팍한 속셈'이라는 등의 힐난은 삼가야 한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