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버냉키의 다음 과제

USA투데이 9월 20일자

18일 뉴욕 월가에서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금리를 인하했다는 소식에 그간 모기지 사태로 인한 신용경색이 하룻밤에 증발하는 듯 했다. FOMC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리자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 지수는 336포인트나 오르며 5년 만에 단일장으로 최대의 상승폭을 보였다. FOMC의 금리인하는 주택경기 침체와 신용경색으로 타격 받은 미국 경기를 한결 진정시키는 데 효과를 보일 것이다. 가계와 기업은 이자상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게 됐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장기처방전이라기보다 단기 촉매제 정도에 불과하다. 금리인하가 향후 미국 경제에 어떠한 파장을 불러올지는 지켜봐야 알겠지만 한가지는 확실하다. 벤 버냉키 FRB 의장에겐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만큼 금리를 연속 인하할 수 있는 정도의 여유가 없단 사실이다. 인플레이션의 우려 때문이다. 그린스펀 전 의장 시절의 FRB는 낮은 원자재 가격과 높은 생산성으로 인플레이션 우려없이 금리인하가 가능했다. 하지만 좋은 시절도 정책수립자가 변화하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면 자멸하기 마련이다. 인플레이션은 중국이나 인도 등 친디아의 불균형적 성장에서 비롯되는 측면도 있다. 지난 20년간 이들 국가의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원유ㆍ철강 등 세계 원자재 수요는 엄청나게 뛰었고 자연스럽게 가격도 치솟았다. 이들 국가의 노동가치도 서양수준만큼 올라 중국 인건비가 싸다는 말은 과거사가 됐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좋은 시절에만 얽매여 더 큰 집과 더 큰 차를 사기 바빴다. 과잉구매는 재정능력이 안되는데도 계속됐다. 미 정부는 이 같은 사태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개인저축이나 에너지소비와 관련된 대책을 내놓기는커녕 국고를 낭비하며 입에 발린 감세놀이에 여념이 없었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져서는 안된다. FRB 측이나 정부 관계자들이 경기침체를 맞설 실탄을 갖고 있는 것 같지 않다. 다만 FRB는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다음 정책회의에서는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1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 통제에 실패하면 금리가 80년대 초반처럼 두자릿 수로 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런 일이 되풀이되기를 바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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