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한없이 길어지는 기업비리 수사

“검찰의 칼날이 다시 기업들을 겨누지 않을지 불안하기 그지없습니다.” 요즘 만나는 기업인들마다 노심초사다. 삼성그룹과 두산그룹 얘기로 화제가 옮겨가면 여지없이 초조한 표정이다. 가뜩이나 고유가에 내수 침체 등으로 살얼음판을 겪고 있는 재계는 삼성그룹과 두산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 등으로 반기업 정서가 비등, 사면초가의 심정이다. 설상가상으로 무차별적인 기업 때리기에 편승해 35건의 반기업 법안까지 대거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최근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수사 지휘 문제로 검찰총장이 전격 사퇴하자 기업인들의 안절부절하는 정도가 더욱 심해졌다. 정권과 검찰의 갈등이 깊어지면 불똥은 기업들로 쏟아질 뿐이라는 것이다. 두산 사태에 대한 검찰의 수사 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간 지금 기업인들은 검찰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검찰이 지난주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연기해버리자 그 배경이 무엇인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검찰이 기업 수사를 하다 보면 정관계로까지 수사 범위가 확대되고는 했다. 두산그룹 오너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게 혹시 새로운 국면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재계의 의심이 나올 법한 이유다. 청와대와 검찰의 갈등이 잠복 상태로 들어갔다지만 양측의 갈등이 언제 어떤 모습으로 부상할지 예측하기 힘들다고 기업인들은 바라보고 있다. 실제로 재계 주변에서는 검찰이 권력과 전면전을 위해 정계가 연루된 기업 비리를 파헤치려 하고 있다는 악성 루머마저 돌고 있다고 한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꼴이 나올 것이라는 기업인들의 걱정은 어찌보면 뿌리 깊은 피해 의식이 낳은 망상일 수 있다. 멀쩡한 기업들을 한꺼번에 파헤쳐 꼬투리를 잡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도 하다. 하지만 두산그룹과 삼성그룹에 대한 수사가 장기화하면서 그 기간만큼 불안한 심리가 커지는 것도 인지상정이다. 당초 수사 목적과 다른 쪽으로 검찰의 칼날이 향하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기업 비리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단죄는 건강한 시장 경제를 위해 중요하지만 한없이 길어지는 수사로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기업인들이 경영 의욕을 잃는다면 오히려 소탐대실하는 우를 범할 수 있음을 사정 당국은 알아야 한다. 경제와 기업은 불확실성을 진짜 싫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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