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후세인도 산채로 잡았는데…


벌써 며칠이 지났다. 오사마 빈라덴 사살 소식에 미국에서는 환호성이 터졌다. 10년을 인내하며 이뤄낸 복수는 마치 영화 '스타워즈'의 마지막 장면 같았다. 하지만 나중에 나온 소식을 듣고 기자는 탄식을 내뱉었다. 일이 조금 매끄럽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우린 (사실상) 테러범과 전쟁 중이었다'는 미국의 논리대로라면 빈라덴은 전범이다. 국제법으로 치자면 미국은 빈라덴을 국제형사재판에 세운 후 처벌해야 했다. 그런데 빈라덴은 파키스탄 안가에 머무르다 비무장 상태로 미군 특수부대원에게 사살됐다. 그를 생포할 수도 있었다는 내용과 그의 시신 공개를 거부했다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인터뷰도 외신을 통해 보도됐다. 사담 후세인도 산 채로 잡은 미국인데 '전범' 빈라덴은 왜 생포하지 못했을까.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미국은 그토록 강조하던 민주적 절차를 스스로 무너뜨렸다. 세계가 듣고 싶어 한 것은 빈라덴의 부고 기사가 아니다. 그가 산 채로 잡혀 법정에 서서 털어놓아야 했을, 9ㆍ11 테러를 비롯한 지난 10년간 저지른 범죄의 시인이었다. 9ㆍ11 참상을 겪은 미국인에게 그는 살려서 더 많은 것을 들어야 할 인간이 아닌 발견하는 즉시 죽여야 할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사살이 아닌 생포가 더 큰 테러를 유발 수도 있다는 논리도 수긍은 간다. 오바마 행정부는 "우린 테러범과 전쟁 중이었고 이는 전 세계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게 참 뜻이라면 미국은 더더욱 빈라덴을 생포해 그의 죄목을 추궁할 방안을 강구해야 했다. 세계 경찰국가를 자처하는 미국이 조금만 더 냉정히 접근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바로 여기에 있다. 미국은 빈 라덴을 '잭팟(Jackpot)'이라고 불렀다. 작전 당시 세계의 이목은 영국 왕실 결혼식 생중계에 집중됐다. 잭팟을 터뜨리거나 사로잡을 권리는 또 다른 생중계를 보고 듣던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국무장관의 손에 들려있었다. 미국은 테러와는 타협이 없으며 지구 끝까지 쫓아 응징한다는 메시지도 전했다. 게임은 이미 끝났고 죽은 자도 더 이상 말을 못 할 것이다. 단지 세계인들이 '잭팟을 터뜨리라'고 한 적이 없을 뿐이다. 트위터 @healing_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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