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이 직접 호텔로 찾아왔어요. 한국기술을 배우고 싶다는데 우리 수출에도 도움이 되니 윈-윈이죠.” (최선희 케어 대표)
“정부의 투자유치 의지는 강해요. 그런데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메리트가 별로 없네요.” (정경인 파이프퀸 대표)
7월 땡볕에 살갗이 따끔거리는 16일 정오. 한국의 여성 CEO 18명의 발걸음이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의 비즈니스센터와 인터콘티넨탈 호텔을 오가느라 분주하다. 전날 나보이 자유경제산업특구를 시찰하고 타슈켄트로 돌아온 이들은 오전에 우즈베키스탄 정부로부터 투자조건 관련 브리핑을 들은 데 이어, 오후에는 현지 기업들과 그룹별 투자상담을 벌이게 돼 있다.
여경협, 판로개척 위해 경제사절단 첫 방문
경제특구 시찰·투자상담등 3박4일간 강행군
까다로운 세관통·환전 규정등은 투자 걸림돌
여성 CEO들이 판로개척을 위해 해외에 간 적은 많지만, 경제사절단으로 한 국가를 공식방문 한 것은 이번이 처음. 한국여성경제인협회가 여성기업의 해외투자를 지원하려고 마련한 기회다. 이들은 3박4일 간의 강행군을 체력적으로 벅차하면서도, 얻을 것은 얻어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중앙亞의 중심’ 우즈벡을 잡아라=우즈베키스탄은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5월 국빈방문 당시 경제협력을 확대키로 하면서 신시장으로 부상했다. 중앙아시아의 중심에 위치해 입지적으로 독립국가연합(CIS) 시장을 공략하기 적합한 데다 천연자원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이 대통령령으로 지정한 나보이 자유경제산업특구의 경우 현재 40여 개 한국업체가 입주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또한 나보이 공항은 중앙아시아의 물류허브를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대한항공이 지난 1월부터 위탁경영을 하고 있다. 노명철 나보이 공항장은 “저임금의 우수한 인력, 풍부한 자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물류 중심지 등이 우즈베키스탄의 발전 가능성”이라고 요약했다.
신시장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관심 못지않게 현지 기업들이 한국에 대해 갖는 기대도 크다.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여성 CEO들이 만난 자리에서 현지 CEO들은 의류, 화장품, 가구, 문구, 의료, 관광 분야의 협력을 희망했다. 문구업체 얄비즈의 신다로바 후스니야 대표는 “우즈벡의 문구시장은 질 낮은 중국제품이 대부분을 차지한다”며 “국내에서 문구를 생산할 공장을 함께 세울 합작회사 파트너를 구한다”고 말했다. 파리다 아크바로바 여성협회장 겸 부총리는 “한국에서 다양한 사업을 하는 여성 기업들과 이번 기회에 좋은 관계를 맺어 큰 사업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큰 기대감을 표했다.
◇아직 높은 ‘현실의 벽’=하지만 투자를 결단하기 어려운 요인도 만만치 않다. 국내 대기업 가운데 우즈베키스탄에 진출한 곳은 나보이 공항의 위탁경영을 맡은 한진그룹 뿐이라는 사실도 이를 증명한다. 환전과 세관통과 규정은 지나치게 까다롭고, 중앙아시아 국가 중에서 인구가 가장 많지만 구매력이 강한 것은 아니다. 호금옥 희망 대표는 “방문 전까지는 자원부국에 대한 기대감을 많이 가지고 있었지만, 찜통처럼 더운 낡은 비행기, 열악한 출입국시스템, 국민성 등 솔직히 투자를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 많다”고 지적했다.
우즈베키스탄 정부의 투자유치 의지가 강하다고는 하지만, 정책이 여전히 엉성하고 현지기업의 움직임 또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화자 일운환경산업 대표는 “기업간 투자상담에 명함도 없이 나와서 거래를 트자는 건 사업 마인드가 아직 덜 갖춰진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견제민 우즈베키스탄 대사는 “우즈베키스탄 역시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사회주의 관료의식이 여전하고 사업하기에 문제점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현재 러시아 시장을 대한민국 가전제품이 선점했듯, 우즈베키스탄도 인프라가 덜 갖춰져 있을 때 들어오면 시장을 선점할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