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부총리 금융CEO들에게 '쓴소리'

대형 금융기관 역할 제대로 못해변화 거부하면 시장에서 퇴출 '경고'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0일 국내금융기관 최고경영자(CEO)들에게 모처럼 '쓴소리'를 쏟아냈다. 특히 정부가 금융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자제하겠지만 위기상황이 발생할 경우일선 금융기관이 퇴출되는 일이 있더라도 철저하게 시장친화적인 정책을 사용할 것이라는 경고까지 내놔 그동안 '할 말'이 많았음을 추측케 했다. 이 부총리는 이날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금융연구원 초청 조찬 강연에서국내 금융기관들의 관행과 부조리를 조목조목 짚으며 쉴새없이 질타의 목소리를 높여 참석한 금융기관 CEO들을 긴장시켰다. 이 부총리는 먼저 이날 행사를 주최한 한국금융연구원의 문제점을 꾸짖으며 운을 뗐다. 그는 "금융연구원은 출자자인 금융기관의 요구에 부합하는 연구를 해야 한다"며 "그러나 지금은 국책 연구기관이나 민간 연구기관들처럼 거시경제나 거시담론에 치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금융기관은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데 금융연구원은 어떤 구체적인 도움을 줬는지 앞으로 어떤 도움을 줘야할지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이어 비판의 화살을 대형 금융기관들로 돌렸다. 그는 우선 국내 금융기관들이 소모적인 경쟁을 하고 있어 금융산업내 '쏠림현상'과 '미투 프로덕트(Me Too Product)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하며 대형 금융기관들의 책임이 크다고 비판했다. 이 부총리는 "국내 금융업계를 전체적으로 보면 서로 따라하기에 바빠 신용카드문제, 소호대출 문제, 중소기업 대출난이 초래되고 있다"며 "이는 금융기관들이 자기파괴적인 소모적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질책했다. 이 부총리는 이어 국내 금융기관들이 시장에서 요구하는 핵심 중개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며 각성을 촉구했다. 그는 "외환위기 전에는 은행, 투신, 종금 등 여러 금융기관이 자금중개 기능을해 고위험 기업들도 자금조달이 비교적 쉬웠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중소기업과 서민에 대한 자금지원을 무조건 기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은행권에서는 구조조정이 활발했으나 비은행권은 지지부진해 금융산업내 불균형과 왜곡현상이 심화되고 있고 이는 다양한 금융서비스 제공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도 내놨다. 이 부총리는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경우 금융기관이 퇴출될 수도 있다는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많은 외국 금융기관들이 국내시장에 들어오려 하고 있다"며 "국내 금융기관들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외국 금융기관이 들어와서 역할을 대신하도록 할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아울러 "앞으로는 정부가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떼밀려 개입하는일은 없을 것"이라며 "대신 위기징후가 나타날 때는 금융기관 하나가 퇴출되는 일이있더라도 철저하게 시장친화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금융환경의 변화를 거부하는 금융기관들은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부총리는 이밖에 금융감독기구의 사전적 감시.감독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금융경영인에 대한 적격적 심사를 엄정하게 하는 방안을 강구하되 필요없는 규제는 과감히 떨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