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알제리 사막에서 자란 새우


고비사막이나 칼라하리사막에서는 새우조상의 화석이 발견된다고 한다. 과거 이 사막들이 바다나 습지여서 물이 풍부했다는 증거다. 전 세계적으로 물 부족 현상과 사막화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류는 불원간 사막을 또다시 새우가 살아갈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시켜야 할지도 모른다. 지난 5월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우리나라의 기술 지원으로 알제리 사하라사막에서 새우 시험양식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이 사업은 공적개발원조(ODA)의 일환으로 국립수산과학원과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협력해 알제리에 양식과 종묘장 시설을 제공하고 기술자를 파견해 이뤄낸 성과다. 1960~1970년대 해외 원조로 어선을 만들어 수산을 일으켰던 우리가 원조 수혜국의 지위에서 바야흐로 원조 공여국의 반열에 올랐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알제리는 물론 주변 국가와 국제기구는 이 사업을 크게 환영하고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먼저 사막 깊이 내재된 풍부한 저염분 지하수를 양식에 이용함으로써 양식장 주변을 오아시스로 조성해 사막 활용의 사례가 될 수 있다. 또 양식산업 발전을 통해 아프리카 사막 국가의 식량문제 해결과 경제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국제사회에서는 공적개발원조 사업의 중복과 쏠림 현상을 해소해 수혜국의 지속적 발전에 도움이 되는 원조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커져 가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29일 '세계개발원조 총회'가 부산에서 3일간 열린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부산시 등과 함께 '남태평양 도서 국가를 위한 사업(부산 이니셔티브ㆍBusan Initiative)'을 발표한다. 남태평양 국가들에 채소 재배기술과 식생활 개선 프로그램을 보급해 주민들의 영양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도록 돕는 사업이다. 남태평양 섬나라들은 고온 다습한 기후로 농산물, 특히 채소류 재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상점과 식탁에는 수입 인스턴트ㆍ가공식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이로 인해 비만은 늘고 수명은 짧다고 한다. 부산 이니셔티브를 통해 남태평양 국가의 농업기반 회복과 식생활 개선을 돕는다면 우리에게 매년 7,000억원 정도의 참치 생산 기반이 돼주는 이들 국가에 조금이나마 보답이 될 것 같다. 몹시도 가난했던 우리가 먹거리 문제를 해결했던 경험을 저개발 국가들에 전수해 이들이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도록 도와주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국제사회에 대한 나눔과 베풂이다. 알제리 사막에서 자란 새우가 인류에게는 새로운 도전의 씨앗이 되고 개발도상국 공적개발원조 사업의 모범사례가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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