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노사 간 샅바 싸움이 치열하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근로자위원 측은 현 최저임금의 거의 2배 수준인 시간당 1만원으로 인상할 것을 주장하는 반면 사용자위원 쪽은 동결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근로자 측은 "최저임금을 올리면 저소득층의 소비가 촉진돼 내수부양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힌다. 사용자 측은 "최저임금을 올리면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에서도 일하기를 원하는 구직자를 실업자로 만들 수 있다"고 반박한다. 올해는 특히 정부도 최저임금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어 사용자 측이 느끼는 부담은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감당할 수만 있다면 최저임금 인상을 마다할 기업은 없을 것이다. 다만 문제는 현실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가 21일 내놓은 공동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대폭 올릴 경우 중소기업 2곳 중 1곳이 고용을 줄이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내년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인상될 경우 '신규채용을 축소하겠다'는 기업이 29.9%, '감원을 하겠다'는 회사가 25.5%에 달했다. 근로자를 위한 최저임금 인상이 근로자의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근로자도 고용위축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근로자 측은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최저임금 1만원 주장만 내세울 게 아니라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고용위축 우려를 자신의 문제로 인식해야 된다. 그런 점에서 산업별·지역별로 최저임금에 차등을 두자는 사용자 측의 주장을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을 차등화할 경우 최저임금이 낮은 산업과 지역이 더욱 소외될 수 있다는 게 근로자 측의 걱정이지만 산업별·지역별로 임금이 다른 현실까지 외면해서는 안 된다. 동시에 갓 창업한 기업과 죽음의 계곡을 넘어 생존한 기업의 지급능력이 다른 점을 고려해 업력별로 최저임금을 차등화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이렇게 하면 지급능력이 떨어지는 기업이 임금부담을 덜고 성장해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