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자들이 공모주에 투자한 뒤 해당 종목의 증시 상장 직후에 지분을 대거 내다 파는 ‘공모주 물량 폭탄’이 활개를 치고 있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증권과 투신은 전날 휠라코리아 상장 직후 43만주 이상을 내다 판데 이어 이날도 4만주 이상을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이 전일에 이어 이날도 순매수(8만여주)를 보인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특히 전날의 경우 기관 전체로는 1만4,000주의 순매수를 기록했지만 연기금(약 24만주 순매수)을 제외하면 사실상 23만주 이상의 매도 우위였다.
증권사와 투신의 이 같은 공모주 때리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3일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45%의 상승률을 기록했던 현대홈쇼핑의 경우 증권사에서 첫 3거래일간 10만주 이상을 처분했고, 17일 상장된 알파칩스와 포메탈에 대해서도 기관투자자들은 첫날에만 각각 17만주와 56만주나 처분했다. 특히 14일 다원시스에 대해서도 기관들의 첫 거래일 매도 물량이 60만주에 달했다.
시장에서는 기관투자자들의 이러한 행태에 대해 ‘무책임한 처사’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기업의 가치를 보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를 해야 하는 기관투자자들이 오히려 상장 첫날부터 단기 수익률에 급급해 보유 지분을 처분한다면 투기세력과 뭐가 다르냐는 것이다. 게다가 올 들어 기관들이 공모주 상장 직후 보유물량을 쏟아내 개인투자자들이 손해를 보는 사례가 늘고, 금융감독당국까지 기업공개(IPO) 개선방안을 추진중임에도 불구하고 상장 직후 물량 폭탄을 퍼붓는 것은 너무했다는 지적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모주에만 한정했을 때 연기금을 제외한 기관들은 투자자라기 보다 투기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 스스로 기관의 역할을 포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