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11·3 실물경제 부양대책] 'MB식 성장 드라이브' 총동원

재정·건설·일자리등 거시·미시정책 완결판<br>기존대책 그대로 합치면 전체규모 33兆 달해<br>"집값 불안·재정 건전성 악화 우려" 지적도


정부의 ‘11ㆍ3 실물대책’은 재정지출 확대와 감세, 건설경기 부양, 각종 규제완화, 일자리ㆍ투자 활성화 등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내수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전방위 카드를 담고 있다. 이번에 발표한 14조원의 재정지출 확대ㆍ감세 규모에다 기존 대책까지 합치면 33조원에 달한다. 경기부양 대책의 완결판이다. 이처럼 거시ㆍ미시정책 수단을 총망라했지만 MB식 성장 드라이브 색깔은 분명하다. 건설업체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운용 철학에 맞춰 부동산 경기 활성화, 수도권ㆍ환경ㆍ노동 규제의 대폭 완화가 대책의 핵심이라는 뜻이다. 이 때문에 최근 경기하강을 막기 위해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집값 불안, 재정 건전성 악화 등이 우려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상 초유 33조원짜리 경기부양=이번 대책의 성격은 한마디로 내수부양책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번지면서 수출시장은 무너지고 경기가 얼어붙자 인위적인 경기부양을 통해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현재의 경기악화를 방치할 경우 내년 성장률이 당초 전망치인 5%는 고사하고 2%대로 떨어질 수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도 3일 언론사 경제부장들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되고 있고 앞으로 2∼3년간 경제가 어려울 것”이라며 “이런 점을 감안해 이번에 우리 능력의 100% 이상으로 대책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11ㆍ3 대책은 지난 9월 중순 금융위기 이후 정부 대책의 완결판에 해당한다. 지난달 19일 외화 차입 지급보증을 핵심으로 한 금융시장안정대책, 건설 부문 유동성 지원 방안을 담은 ‘10ㆍ21 건설대책’, 지난달 30일 수도권의 공장 신ㆍ증설 규제를 완화한 ‘국토이용의 효율화 방안’ 등에 이어 그동안 빠졌던 정책 도구들을 대부분 꺼내들었다. 기존 대책까지 포함하면 정책 효과는 모두 33조원으로 불어난다. 33조원이면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3.7%에 해당한다. 경제위기의 당사자인 미국(GDP 대비 2.3%)보다 높다. 일본도 GDP의 3.3%에 불과했다. 금융위기의 실물경제 전이를 차단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경기 중립적이던 내년 예산도 재정확장에 초점을 맞췄다. 정부의 총 지출은 애초 273조8,000억원에서 283조8,000억원으로 10조원 증액되면서 올해 대비로는 10.4% 늘리는 수정 예산을 확정했다. 또 내년 예산의 60%를 상반기에 조기 집행하기로 했다. 이 같은 조기 집행률은 사상 최고치다. ◇MB 성장 드라이브 색깔=이번 대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재건축 규제 완화다. 뜨거운 감자였던 부동산 규제 완화 카드를 경제위기를 빌미로 꺼내든 것이다. 환경규제도 대폭 완화된다. 환경규제는 수도권 대기환경관리 기본계획이 재검토되고 자연보전권역 내 입지 규제는 총량관리 및 배출규제 방식으로 바뀌게 됐다. 정부는 또 그동안 지방의 반발로 지난 30년간 감히 손대지 못했던 수도권 규제 완화도 단행했다. 수도권 내 성장관리권역뿐 아니라 과밀억제권역에 대해서까지 산업단지 내 공장 신·증설 규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재정지출에도 MB식 색깔이 묻어난다. 정부는 내년 재정지출 10조원 가운데 절반인 4조6,000억원을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투입할 방침이다. 대부분이 도로ㆍ철도ㆍ하천정비 등 건설 공사다. 투자ㆍ일자리 대책도 기업 친화적이다. 기업이 설비투자를 할 경우 임시투자세액공제를 내년까지 연장하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정부는 아울러 비정규직 보호법도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는 쪽으로 법안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이처럼 ‘대기업ㆍ부동산 부자를 위한 정책’이라는 일각의 비판을 무릅쓰고 전방위 카드를 내놓았지만 한계도 명확하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의 내년도 증가율이 한자릿수에 머물 것으로 보이는 만큼 내수만으로 버팀목을 삼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년 3% 내외로 예상됐던 성장률이 4% 내외에 그치면 만족한다는 입장이다. 부동산 등에 대한 규제완화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많다. 과거 부동산 광풍의 근원지가 이번에 규제가 완화되는 재건축 아파트였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도 “부동산 규제 완화는 판도라의 상자를 연 셈”이라고 말했다. 재정악화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성장률 1%포인트가 하락하면 세수가 1조5,000억~2조원 줄어드는 만큼 정부의 감세안에 대해 국회 협의 과정에서 계속 논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정부는 내년 물가가 3%대에서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경기 부양책으로 물가가 들먹거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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