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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세계육상] 생소한 소국들 "육상은 잘하네"

세인트 키츠 앤드 네비스, 앤티가바부다, 에리트레아, 보츠와나…. 이름도 생소하고 어디에 있는지 세계지도를 뒤져도 찾기 어려운 나라들이다. 하지만 육상에 관해서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들 낯선 국가 출신 선수들이 제13회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메달을 따내거나 심심찮게 결선에 진출해 존재감을 드러내며 눈길을 끌고 있다. 아프리카 남부 중앙 내륙에 있는 보츠와나가 대표적이다. 세계 최고의 에이즈 감염국이라는 사실 정도가 알려져 있는 보츠와나가 이번 대회에서 육상 강소(强小) 국가로 떠오른 것은 ‘숨은 보석’ 아맨틀 몬트쇼(28) 덕분이다. 몬트쇼는 지난 29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여자 400m에서 간판스타 앨리슨 펠릭스(26ㆍ미국)를 0.03초 차로 따돌리고 49초56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보츠나와 출신으로는 세계선수권 같은 메이저 스포츠대회에서 처음으로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가 됐다. 몬트쇼는 “훌륭한 코치가 없어서 부족한 점이 있었지만 어려서부터 달리기를 시작했다. (가난한 나라지만) 훈련할 스타디움은 있었다”면서 “응원해준 국민의 성원에 보답해 보츠나와 육상 꿈나무들에게 희망을 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세인트 키츠 앤드 네비스는 더 생소하지만 킴 콜린스(35)라는 이름은 육상 팬들에게 낯설지 않다. 선수 생명이 짧기로 이름난 남자 100m 종목에서 세계선수권만 무려 8회 연속 출전한 콜린스는 우사인 볼트(자메이카)가 실격으로 뛰지 못했던 28일 남자 100m 결선에서 3위를 차지했다. 인구 4만명이 조금 넘는 중앙아메리카 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 출신인 콜린스는 2001년 세계선수권 200m에서 조국에 처음 동메달을 안겼고 2003 세계선수권에서는 100m 금메달(10초07)을 따낸 ‘영웅’이다. 2009년 세계선수권 100m 준결선 탈락 후 은퇴를 선언했던 그는 올해 트랙에 복귀했고 역대 세계선수권 100m 최고령 메달리스트라는 새 기록도 세웠다. 제르세나이 타데세(29)도 아프리카 북동부 홍해에 면해 있는 나라 에리트레아의 이름을 알렸다. 타데세는 28일 벌어진 남자 1만m 결선에서 메달을 따내지는 못했지만 당당히 4위로 골인했다. 2차 대전 후 이탈리아령에서 벗어난 에리트레아는 에티오피아연방에 속했다가 1993년에야 독립한 나라로 이번 대회에 9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타데세는 사이클 선수였다가 육상 장거리로 전향해 2004년 아테네올림픽과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1만m에서 각각 동메달과 은메달을 따냈고 2010년 하프마라톤 세계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카리브해에 위치한 또다른 나라 앤티가바부다 역시 인구 8만5,000명의 소국이지만 육상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남자 100m의 다니엘 베일리의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베일리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6위, 2009년 베를린 대회에서 4위에 이어 대구에서도 결승에 진출했다. 한편 이번 대회에는 전세계 202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투발루, 나우루 등 태평양 연안 섬나라와 모나코 등 41개국은 대표선수가 단 1명씩만 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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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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