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새영화] `웨이킹 네드'

흔히 복권에 희망을 거는 일을 사행심이라고 한다. 아무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큰 돈을 벌려는 욕심 탓이다. 그러나 복권을 사 모으는 것도 인내가 필요한 일이다. 많은 사람이 돈이 부족해 고통을 받으며 살지만 누구나 목돈을 쥐는 것은 아니다. 「돈벼락을 맞고 싶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아니 돈이라는 물건이 생긴 이래 인간이라는 종은 누구나 이런 꿈을 꾸며 살고 있다. 누가 누구를 탓할 것인가. 돈에 울고 돈에 웃는 사람들.영국의 저예산 영화, 커크 존스 각본·감독의 「웨이킹 네드」는 120억원 짜리 복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너무나 유쾌한 드라마이다. 아일랜드의 한 작은 어촌 툴리모어의 사람들 52명을 한꺼번에 사로잡는 120억원짜리 복권 한장이 사람들의 애간장을 태운다. 어느날 동네의 유쾌한 노인네 재키는 친구 마이클를 찾아가 신문 쪽지 한 장을 보여준다. 이번주 복권당첨자가 자기 마을에서 탄생했다는 소식과 함께. 당첨된 복권번호로 보면 툴리모어에서 팔린 것이라는 얘기이다. 재키와 마이클은 복권당첨자를 찾아내 아무것도 모른척 친절을 베풀고 선심을 쓰면 콩고물을 얻어먹을 수 있지 않겠냐는 순진한 생각을 한다. 도대체 누가 그 거금을 쥐고 몰래 웃고 있는 것인지. 행운의 주인공은 느닷없이 비싼 차를 몰고 나타난 돼지키우는 청년 피그 핀일까, 아니면 마녀같은 여자 리지 퀸일까. 그녀도 아니라면 유복자를 낳아 키우면서 돼지 청년 피그 핀의 가슴을 쥐락펴락하는 매기일까. 재키와 마이클은 동네 사람들을 모두 불러모아 닭고기파티를 열어 그들의 속셈을 알아보려 하지만 도무지 알 수가 없는데, 재키는 느닷없이 이렇게 외친다. 『아뿔사 바닷가에서 홀로 사는 네드 드바인이 안 보여!』 비바람이 몰아치는 아닌 밤중에 닭다리 하나를 들고 네드 드바인의 집을 찾아가는 재키와 마이클. 역시 행운의 주인공은 네드 드바인이었으나 심장마비로 죽어 있는 게 아닌가. 그렇다면 사실대로 신고할 것인가, 아니면 복권을 대신 탈 것인가. 눈 딱 감고 네드 드바인으로 둔갑한 마이클. 복권회사 직원을 속이기 위해 신부를 포함한 온 마을 사람들이 공모를 한다. 물론 각자 2억3,000만원의 배당금을 받기 위해서이다. 영화는 이 가난하고 순진한 마을 사람들의 손을 들어 주는데,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너무 재치있고, 유쾌하고, 즐겁다. 재키 역의 이안 배넌과 마이클역의 데이비드 켈리, 두 노인의 언기가 눈부시다. 17일 시네코아, 씨네하우스 개봉. /이용웅 기자 YY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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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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