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6월 30일] 디지털 마오이즘?

지난 19일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이 MBC ‘100분 토론’에서 네티즌들이 게시판에서 벌이는 정치 토론을 ‘디지털 마오이즘’으로 폄하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디지털 마오이즘’은 미래학자 재런 러니어가 인터넷 집단주의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내용의 기고문에서 처음 쓴 말이다. 그는 “인터넷에서의 군중심리는 타인에 대한 존경과 배려가 결여돼 있어 다른 의견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무조건 배척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이것이 중국의 문화혁명처럼 극좌나 극우와 결합할 경우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의 지적처럼 온라인상의 군중은 때때로 “무조건 우리가 옳다”는 독선에 빠진다. 촛불집회에 관한 글에는 찬반양론과 함께 ‘좌익빨갱이’ ‘우익꼴통’이라는 험한 말들이 오고 간다. 이명박 대통령은 아마 이런 것을 두고 ‘독’이라는 낱말을 사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 네티즌을 섣불리 ‘디지털 마오이스트’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인터넷 커뮤니티들은 후원금을 모아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에게 김밥을 나눠주거나 신문에 광고를 게재하는 등 오히려 옛 민주화 세대보다 더욱 평화적이고 다각적인 방법을 쓰고 있다. 세종로에 가로놓인 컨테이너를 ‘스타크래프트’와 합성한 패러디 사진으로 조롱하는 요즘 네티즌의 무기는 폭력보다 해학에 가깝다. 보수세력도 ‘마오이즘’보다는 시민의 정치참여를 더 걱정하는 듯한 눈치다. 소설가 이문열씨의 ‘불장난’ 발언에 진중권 교수는 “이분은 그냥 시민이 나와서 정치에 간섭하는 자체가 싫은 것”이라고 평했다. 정부의 ‘배후론’에 시민들은 ‘배후는 양초공장’이라며 “없는 배후를 만들어내고 싶은 거냐”고 되물었다. 2004년 정보기술(IT)업계의 화두로 등장한 ‘웹 2.0’은 쉽게 말해 ‘사용자가 데이터를 만들고 공유하는 인터넷’이라는 뜻이다. 1980년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제3물결’에서 쓴 ‘프로슈머’ 역시 생산자와 소비자를 합쳤다는 점에서 유사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투표라는 좁은 틀에서 벗어나 평화집회와 온라인 토론으로 정치적 의견을 펼치는 네티즌에게 ‘디지털 마오이즘’보다는 ‘정치적 프로슈머’나 ‘민주주의 2.0’이라는 용어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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