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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분열만 부추기는 정치권
여야 '네탓 공방' 으로 비정규직 근로자 벼랑끝 내몰아"당리당략 정당정치 때문에 의원들 제대로 역할 못해"
이현호 기자 hhlee@sed.co.kr
우리 정치가 본연의 이해 갈등 조정기능을 상실한 채 표류하고 있다.
정치권은 1일 비정규직법 개정 협상 타결 불발로 수십만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대량 해고가 예고돼 있지만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고 '네 탓' 공방만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오히려 비정규직법과 관련한 사회 갈등을 부추기면서 해결 전망을 더욱 더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국회의원들의 행태와 정치시스템에 대한 비난과 반발이 거세지면서 정치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우리 정치권의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인 논쟁 구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같이 뒤틀린 구조라면 경제위기를 맞아 도전과 기회의 갈림길에 서 있는 '한국호'의 앞날도 어두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야가 비정규직 노동자의 생존은 외면한 채 당리당략에 사로 잡혀 '무능국회'를 초래한 것은 국민의 고통은 애당초 안중에도 없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정치권, 국민은 안중에도 없었다"=비정규직법 개정 문제를 둘러싼 여야 간 협상을 들여다보면 정쟁만이 난무할 뿐 민생은 없었다는 게 지배적 평가다. 협상과정은 머리를 맞대고 진지한 대화를 하기보다는 극한 대결 속에 '네 탓 공방'만 오갔다. 한나라당의 경우 비정규직제도의 미비점 보완과 정규직 전환을 촉진하는 해법보다는 '법시행 유보'에만 매달려왔고 야당은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무조건 반대'로 일관하는 데 열을 올렸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이번 비정규직법 협상 과정은 당리당략만 있을 뿐 민생은 외면한 채 입법기관으로서의 책임을 방기한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이만섭 전 국회의장도 "국회는 여당의 국회도, 야당의 국회도 아닌 국민의 국회"라면서 "여야가 네 탓 공방과 책임전가를 하고 있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질책했다.
◇"여야, 자각 없는 정당정치 무기력한 자초"=정치권이 연말연초에 이어 이번에도 비정규직법 협상 결렬을 초래하며 무능국회를 자초한 것에 대해 자각 없는 정당정치에 함몰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즉 국회의원 스스로가 입법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하고 당론에 좌지우지되면서 무기력증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비정규직법 시행 하루 전인 지난 6월30일 여야의 협상태도는 진정성 있는 해법 모색보다 상대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당론에 따른 '수(數)싸움'과 '폭탄 돌리기'에 급급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경직된 정당문화가 의원들에게 운신의 폭을 좁게 하고 개개인의 생각보다 당론에 따른 협상에 치우치면서 제대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정당이 표를 먹고 사는 숙명적 한계를 안고 있지만 지지층을 모으는 게 아니라 쫓아가는 것이 문제"라면서 "사회적 갈등을 제도권 내에서 풀어주기 위한 의원 개개인의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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