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1억개 이상 팔린 게임기는 닌텐도의 ‘게임보이’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 그리고 ‘닌텐도DS’ 등 단 3개에 불과하다. 특히 이 가운데 닌텐도DS는 지난 2004년말 첫선을 보인후 4년3개월만인 지난 3월 누적판매대수가 1억개를 넘어서며 가정용 게임기 사상 최단기간 1억개 돌파 기록을 남겼다. 여기에 같은 시기 닌텐도위(Wii)도 지난 2006년말 출시후 2년4개월만에 콘솔게임기 중 최단기간 5,000만대 판매고지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 같은 공전의 히트를 이룬 배경은 무엇일까. 게임업계 전문가들은 닌텐도 게임기 구입비가 여가ㆍ레저 활동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것 외에도 어린 자녀들은 물론 부모들과 장년층도 즐길 수 있도록 한 구매층 창출 전략을 그 원인으로 꼽는다. 여기에 ‘게임은 재미있어야 한다’는 기본에 충실한 점이 글로벌 금융위기와 극심한 경기침체기에도 닌텐도 게임기가 인기를 구가하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불황기에도 닌텐도처럼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브랜드들이 있다. 단순히 가격이 싸다는 것 보다는 제품 신뢰감을 높이고 상품구입에 따른 만족과 가치를 느끼도록 해 주는 브랜드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리서치인터내셔널(RI)의 구매행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불황기에 같은 제품과 서비스를 좀더 낮은 가격에 살 수 있는 매장을 찾지만 품질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면서까지 아주 낮은 가격 제품을 찾지는 않는다. 더욱이 불황이라고 소비자들이 쇼핑을 그만두는 일은 없다. 다만 불황전보다 가격만큼의 가치에 훨씬 민감해질 뿐이다. 지갑이 얇아지는 시기에 소비자들은 소비가치를 높이는 브랜드를 찾는 것이다. 경기침체기 이 같은 소비행태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소비자들이 신뢰를 갖고 안심할 수 있는 브랜드에 더욱 집착한다는 점이다. 경기불황으로 사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질수록 신뢰나 안전성은 제품 및 브랜드 선택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다. 미국의 슈퍼마켓에는 매년 평균 3,000여 종류의 신제품이 진열되지만 이 가운데 소비자가 기억하는 브랜드는 단 7개정도에 불과하다는 통계분석이 있다. 혁신적인 제품을 선호하는 초기 수요자에게만 인기를 끈 후 시장의 주류를 형성하지 못하고 사라지는 제품들이 상당수인 셈이다. 제품품질과 만족도에서 오랜 기간 소비자들의 평가와 검증을 통해 신뢰를 쌓은 브랜드들이 불황기에도 선택된다. 또 제품구입으로 얻는 만족과 효용가치가 높은 브랜드로 선택의 범위가 좁아지는 현상도 나타난다. 다른 제품 구매는 줄이면서도 자기만족을 높일 수 있는 명품 하나 정도는 빼놓지 않고 사는 경향이 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 지난 4월 국내 백화점들의 봄 정기세일 동안 각 백화점별로 명품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30%정도 늘었으며 일부는 신장률이 80%에 육박했다. 불황으로 구매력은 줄어들었지만 제품 구매후의 사용기간이 길거나 많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구입에 따른 가치가 높다고 판단하면 어김없이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특정 제품을 사용하면서 얻는 차별화된 혜택에 만족감을 보이는 소비형태도 불황기에 나타나는 특징이다. 자랑하다의 ‘perk’과 경제학 ‘economics’를 합성한 ‘퍼코노믹스(Perkonomics)’는 자랑거리로 뽐낼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브랜드 차별을 가져온다는 의미의 신조어다. 이 같은 신조어가 만들어진 이유도 브랜드에서 일반적으로 제공되는 것 외에 추가되는 혜택과 특전에 소비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실제 제품 선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젊음을 지향하는 브랜드들도 불황과 관계없이 소비욕구를 이끌어내고 있다. 패션에서는 자신의 나이보다 젊게 입으려는 ‘다운에이징’ 트렌드가 지속되고 있고, 건강과 관련된 웰빙제품들도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젊은 소비층들은 특히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상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져 실속 있고 다양한 기능을 갖춘 제품들을 집중적으로 선택한다. 은이나 값싼 재료로 만든 액세서리인 커스튬주얼리나 립스틱 등과 같이 비용은 최대한 줄이면서 다양한 변화를 줄 수 있는 소품이 여성 소비자에게 인기를 얻고, 토털케어 화장품등 저렴한 가격으로도 효과를 배가시키는 브랜드들이 불황기 소비자들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