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오바마는 "부자 증세"] "건실한 경제 위해선 부자 소득세율 최소 30% 적용해야"

■ 국정 연설 주요 내용<br>해외로 나간 제조업 유치 위해 세제 개혁 주장도<br>'서민 끌어안기' 적극 나서 공화당과 대립각 세워

올해 말 대선을 앞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국정연설(State of the Union)을 통해 '공정성(Fairness)'을 화두로 던졌다. 또 연간 100만달러 이상을 버는 고소득자들에게는 최소한 30%의 소득세율을 적용하는 '부자증세'를 그 방안으로 제시했다.

24일(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후 세 번째인 상ㆍ하원 국정연설에서 "지금은 위에서 아래까지 같은 원칙을 적용해야 하며 구제금융ㆍ긴급부조ㆍ책임회피가 없어야 한다"며 "건실한 경제를 위해서는 모든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자들의 세금을 늘리는 이른바 '버핏세'를 도입하는 한편 연간 소득이 25만달러 이하인 98%의 가구와 관련해서는 "생계부담과 소득정체에 허덕이고 있다"며 오는 2월 말 종료되는 급여세에 대한 세금감면 혜택의 연장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날 국정연설에는 부자증세를 주장하는 워런 버핏의 비서인 데비 보사네크가 초정돼 눈길을 끌었다. 이는 버핏이 그의 비서보다 더 낮은 세율을 적용 받아서는 안 된다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해외로 나간 일자리와 제조업을 미국으로 끌어오기 위해서도 세제개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은 일자리와 이익을 해외로 빼나가는 기업들이 세제감면 혜택을 받고 반대로 미국에 머무는 기업들은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세율을 적용 받는다"고 지적했다. 이 역시 공화당이 반대하고 있는 사안이다.

이처럼 공화당과의 정면충돌이 뻔한 상황에서 세제개혁을 화두로 던진 것은 중산층과 저소득층 끌어안기에 적극 나섬으로써 대선에서의 대립구도를 명확히 하겠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바마의 발언이 직접적으로 공화당을 겨냥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거의 모든 정책이 공화당과는 대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날 연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 등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조사하기 위한 무역단속부서, 금융계의 부당이익을 감시하는 금융범죄부서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천연가스 등 청정에너지 개발 ▦직업과 연관된 교육 강화 ▦이민정책 개혁 등을 제시했다.


외교현안에 대한 언급은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다. 최대 이슈인 이란 핵 문제에 대해서는 외교적 해결을 강조했다. 그는 "이란 핵 문제를 놓고 한때 대립했던 세계가 외교력을 통해 하나가 됐다"며 이란 제재에 대한 국제적인 공조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 핵 문제는) 평화적 해법이 여전히 가능하고 훨씬 바람직한 해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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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이후 가진 두 차례의 국정연설에서 빠지지 않았던 북한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김정일 사후 지도부가 새로 들어선 만큼 그들에게 "현명한 선택을 하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한편 행동과 변화를 지켜보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또 "미국이 태평양 국가임을 분명히 해왔다"며 중국의 아시아 지역 패권확장을 견제하는 정책을 지속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국정연설에서 한국을 다섯 차례나 지칭하고 모범사례를 열거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한국에 대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수출증대 성과를 강조하면서 한 번만 언급했다. 그는 "파나마ㆍ콜롬비아ㆍ한국에 미국산 제품을 사용하는 수백만명의 새로운 소비자가 생겨날 것"이라며 "조만간 디트로이트ㆍ톨레도ㆍ시카고로부터 수출된 미국의 신형차들이 서울의 거리를 달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연설에서 한국 관련 언급이 크게 줄어든 것은 이번 연설이 대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며 한미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공고하다는 것이 워싱턴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이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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