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인권의 보루를 자처하는 유엔이 내부 직원들, 특히 상사의 부하직원에 대한 성추행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반기문 사무총장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지난 2월 여성 평등권 단체인 `이퀄러티 나우'에 보낸 서한에서 "성추행과 성차별에 대한 우려를 충분히 공유하고 있다”면서 이 `천벌을 받을 행위'는 내 관심의 최우선 순위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1일 이같이 보도하고 특히 성추행을 당한 유엔 여직원들은 자신들의 제소 사건이 현 유엔 시스템에 의해 임의로 또는 불공정하게 처리되고 있고, 유엔내 관료적 분위기로 제대로된 징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례로 가자지구에 근무하는 한 여직원은 수년동안 자신의 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내부 소송을 제기했지만 관련조사가 그 상사의 동료들에 의해 이뤄졌고, 결국 그 상사는 혐의가 없는 것으로 판정났다는 것이다.
또 내부 사법처리가 되기까지는 몇년씩 걸리는 경우가 많고 그 동안 조사 진행상황에 따라 성추행을 한 당사자들은 유엔에서 은퇴하거나 사직하면서 소송 절차 진행이 불가능하도록 만들어 버리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심지어 피해 당사자들이 불이익을 받는 경우도 있다. 피해 여성들은 항소를 위해 필요한 조사 기록에 대한 접근권을 보장받지 못할 뿐 아니라 일부 여성들은 근로계약 갱신을 하지 못해 불가피하게 직장을 떠나도록 강요받는다는 것이다.
유엔 사무국은 본부에서 다루는 성추행 사건이 1년에 5-8건 정도라고 밝히고 있지만 이 수치는 징계 조치가 사실상 확정된 사람들에 대해 인사부에 보고되는 숫자에 불과하며 전세계 도처에서 일하고 있는 6만여명의 직원들내에서 얼마나 많은 성추행 사건이 발생하고 있는지는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유엔이 오는 7월부터 성추행 사건을 포함한 모든 직원분쟁을 처리하는 내부 사법시스템의 개혁을 추진할 계획이지만, 유엔 시스템의 획기적 변화가 없는 한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론이 많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