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 6월 16일] <1724> 생명특허 소송


'태양 아래 인간이 만든 모든 것이 특허의 대상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워런 버거 대법관이 1980년 6월16일, 생명특허 소송(Diamond vs Chakrabarty) 최종 판결에서 남긴 말이다. 불허해오던 생명에 관한 특허를 법으로 인정했던 30년 전의 판결은 바이오기술(BT) 산업의 폭발적 성장을 가져와 '생명공학의 마그나카르타(대헌장)'로도 불린다. 소송의 시작은 1971년. GE사의 인도 출신 연구원 차크라바티 박사(당시 33세)는 기름을 잡아먹는 유전자 조작 박테리아를 배양해내고 특허를 출원했으나 미 특허청에서 접수를 거부하자 소송을 걸었다. 출원했던 특허는 미생물(박테리아) 제조방법과 매개물질 및 박테리아 등 세 가지. 특허청은 앞의 두 개는 심사할 수 있으되 박테리아는 발명 대상이 아니라 자연의 산물이라는 이유로 심사에서 제외시켰다. 특허청의 결정에 불복한 차크라바티가 특허법원에 항소해 3대2로 승리를 따내자 이번에는 특허청장 다이아몬드가 항소했고 연방대법원은 5대4로 차크라바티의 손을 들어줬다. 생명특허 재판 이후 BT산업 발전은 눈이 부실 정도다. 미국과 유럽, 중국과 일본은 거액을 투자하며 치열한 신기술 개발경쟁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생명특허가 장기적으로 인간과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장담할 수 없다는 점. BT는 국가 간 빈부격차 심화요인으로도 지목된다. 유전자조작 미생물 정보와 BT를 독점한 다국적 기업들이 식품과 의약품 등의 세계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지 오래다. 'BT제국주의'라는 용어까지 나올 정도다. 대재앙의 서곡이라는 경고와 불균형 발전 논란 속에서도 BT산업 규모는 해마다 불어난다. 2008년 약 5,400억달러였던 시장규모가 2020년에는 1조3,000억달러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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