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위기설 잘 넘기나 했더니…불과 한달여 전까지 세계를 위협하던 일본 경제의 '3월 위기설'이 불발로 끝났지만, 일시적으로 묻어 둔 위기의 불씨가 조만간 다시 지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증시가 호황을 보이고 1일 일본은행이 발표한 단기경제관측(단칸)지수의 하락세가 15개월만에 주춤하면서 일본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한달 새 낙관적으로 급반전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 같은 추세가 정부의 미봉책에서 비롯된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며 제2의 위기설을 예고하고 있다.
일본 다이와 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도쿄 증시 상장기업들이 지난 한해 동안 입은 주가평가손은 총 3조5,700억엔 수준. 3월 한달 동안 닛케이 주가지수가 20%나 급등했지만, 1년 전에 비하면 여전히 15%나 하락한 상태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1일 일본 정부의 공매도 규제로 인해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부실채권 누적 등 일본 금융기관의 체질 개선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최근의 증시 호조가 일본 정부나 금융기관들의 위기 의식을 흐려놓고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해외 전문가들도 일본의 위기의식이 순식간에 사라진 데 대해 경계의 목소리가 높다. 일본 경제전문지인 닛케이(日經)위클리는 정부의 주가 대책의 효력이 이르면 5월 이후에 끊어질 것이라는 경제전문가들의 말을 최근 인용ㆍ보도했다.
4월 중순 이후 다음 회계연도의 기업 실적 예상치가 기대치를 밑돌 경우 증시는 언제든지 곤두박질칠 수 있다는 것.
메릴린치 증권의 수석이코노미스트 예스버 콜은 "결산을 앞둔 3월 말에 주가가 오르는 것은 해마다 반복되는 현상"이라며, 이 시기의 시장 동향은 주가 평가와는 상관 없다"고 분석했다.
특히 2월중 주가 하락을 주도했던 은행들의 경우 실상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12대 시중은행들의 부실채권은 3월 말 현재 24조엔을 넘어서 6개월 전보다 20% 이상 늘어났다.
니혼게이자이 연구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시중은행들의 부실채권에 대한 자금 적립을 늘리고 정부의 공적자금 유입분을 제외할 경우 은행들의 자기자본비율은 지난해 9월 현재 마이너스에 그친다고 지적, 금융기관의 체질이 '건전'과는 먼 상태에 놓여 있음을 시사했다.
닛케이 위클리는 경제의 펀더멘탈이 좋아지지 않은 상황에서 주가만 오르는 시장은 헤지펀드들의 최고의 먹이감이 된다며, 최근의 주가 상승이 4~6월 사이 일본 증시에 혹독한 대가를 요구하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물론 실물경제에 희미하나마 회생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는 하다. 1일 일본은행은 지난 2000년 12월 이후 계속 악화되던 제조업 대기업의 경기 판단이 전 분기와 같은 마이너스 38을 기록했다며 일본 경기가 드디어 바닥을 친 것 아니냐는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단칸 결과 역시 당초 예상치보다는 안좋은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단기 대책이 3월 위기설을 일시적으로 덮어두는 데는 성공했지만, 일본이 근본적인 체질개선 없이 위기의식을 늦출 경우 '봉인'은 언제든지 풀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경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