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남덕우 전 총리 별세] 교수님은 사실 시장주의자… 정경유착 해소에도 앞장

■ 제자 김광두가 본 남덕우

김광두

"남덕우 교수님은 당연히 정부가 경제를 주도할 수 없다고 생각하셨죠."

김광두(사진) 국가미래연구원 원장은 남덕우 전 총리를 여전히 교수님, 은사님이라고 불렀다. 1966년 서강대 경제학과 경제원론 수업에서 만난 두 사람은 아버지와 딸로 이어진 정부의 경제정책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두 사람을 묶는 끈은 스승과 제자라는 인연이었다.

김 원장은 남 전 총리의 별세 소식 직후인 19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세간의 인식을 되돌리려고 했다. 대통령을 통해 경제학을 정책에 접목시켜온 두 사람에 대해 세상은 '시장 원칙을 거스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해왔다. 특히 박정희 정부의 경제개발계획의 경우 남 전 총리가 이론적 기초를 잡았다. 성장론자였던 이들은 수출 지상주의, 재벌ㆍ대기업 육성 정책, 환율 정책 등을 주장했다.


김 원장은 "본래 남 교수님이나 서강학파는 시장경제를 신봉했고 개발경제 시대에도 시장경제 수단인 금리와 환율을 활용해 정책을 썼다"며 "남 교수님은 당연히 개방이 돼 세계 전체가 하나가 되는 상황에서 민간이 주도하는 경제를 말씀하셨다"고 강조했다. 불가피하게 정부 개입을 했지만 원칙은 시장경제에 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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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원장은 남 전 총리가 박정희 정부의 정경유착을 줄이는 데도 일조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발전 속도가 빠를 때여서 대기업은 정부에 인허가를 받기 위해 정치자금을 내놓았다"며 "재무부 장관이었던 남 교수님이 박 대통령에게 '정책을 국가 전체 시각에서 입안하고 혜택 받는 업종이 수익자 부담으로 나라에 기여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내 풍토를 바꿨다"고 회상했다. 정치자금으로 특정 기업이 유리해지는 것보다 국가적 관점에서 중화학 공업 육성 정책을 쓴 뒤 해당 기업이 사회공헌으로 돈을 내놓도록 했다는 것이다.

서강대 경제학과 출신은 여럿이지만 유독 김 원장은 남 전 총리와 가까웠다. 김 원장은 "한 학년에 졸업생이 12명이라 다 아셨지만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열심히 한 편이라 다른 학생보다 좀 더 아셨다"며 "미국 (하와이대) 유학 때 추천서를 잘 써주셔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다"고 웃음을 지었다.

김 원장은 남 교수의 경제원론 수업 한 시간을 듣기 위해 세 시간을 예습했다고 한다. 당시 일본 경제학 교과서를 번역하던 수업이 대부분이었는데 남 전 총리는 처음으로 영어 원서를 교재로 썼기 때문에 어렵기로 소문난 강의였다. 김 원장은 "굉장히 성실하고 휴강은 전혀 없었다. 강의는 시작부터 끝까지 꽉 채우고 일주일에 한 번씩 퀴즈를 내 공부를 안 하면 금방 들통나게 만들었다"고 떠올렸다.

남 전 총리는 제자 김 원장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소개한다. 2006년 자신을 찾아온 김 원장에게 "이런 분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면서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당시 박근혜 후보를 돕던 10명의 경제학자 가운데 남 전 총리가 좌장을, 김 원장이 간사를 했다. 박 대통령의 경제정책인 '줄푸세'등이 여기서 나왔다.

김 원장에게 남 전 총리는 '끊임없이 일을 하며 사신 분'으로 기억된다. "최근까지도 컴퓨터로 글을 쓰시고 새로 나오는 정책에 대해 정리하셨어요. 카카오톡을 하면서 젊은 사람과 대화를 많이 하면서도 다른 나라 학자와 교류하며 세계가 돌아가는 것에도 관심을 가시셨죠. 진지하게 세상을 사신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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