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 경제전문매체인 CNNfn은 아시아 각국의 통화가치가 아시아 금융위기 이래 최저치로 곤두박질치고 있다며 "1997년 위기의 망령이 아시아를 사로잡고 있다"고 보도했다. 달러화 대비 말레이시아 링깃화 가치는 지난 1년 동안 25%가량 떨어졌고 인도네시아 루피아 가치도 15%나 급락했다. 달러화 강세와 맞물린 국제유가 하락도 1990년대 위기를 연상시킨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1997년 초 배럴당 25달러 안팎에서 같은 해 말 15달러, 1999년 말에는 11달러까지 떨어졌다. 그 와중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995년 1월 이래의 긴축정책에서 벗어나 1997년 3월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 아시아에서의 자금이탈을 부추겼다. 연준이 다음달 기준금리 인상 결정을 내릴 경우 지난 13개월 동안 1조달러가량이 유출된 신흥시장의 자금 엑소더스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 칼럼니스트인 저스틴 폭스는 지난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칼럼을 통해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현재 상황과 1990년대 중반 사이에는 많은 유사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1997년과 현 상황 사이에는 이 같은 유사점 못지않게 큰 차이점 또한 존재한다고 시장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심상찮은 시장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같은 위기가 재연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극히 드문 이유는 이 때문이다.
CNBC에 따르면 우선 가장 큰 차이는 당시 외환위기 이후 많은 국가들이 변동환율제를 도입함에 따라 환율 급변동에 대한 완충장치를 갖게 됐다는 점이다. 빙키 차다 도이체방크 글로벌 전략가는 "1997~1998년 당시에는 고정환율제를 적용하는 국가들이 갑작스러운 자본유입 중단에 대처할 수 없던 것이 위기의 최대 요인이었다"고 설명했다. 각국의 외환 보유 상황이 당시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탄탄하다는 점도 통화위기 우려를 낮추는 요인이다. 과거에 비해 외채, 특히 단기 달러화 부채 비중이 높지 않다는 것도 중요한 차이점에 해당한다. 마켓워치도 아시아 외환위기가 대규모로 유입된 핫머니의 급격한 유출에서 촉발된 반면 최근 신흥국 통화는 지속적인 약세를 보이고 있어 과거와 같이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