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일까. 그의 최근 발언을 살펴보면 애매모호한 경우가 많다. 경기에 대한 발언이 대표적이다. 박 장관은 올 하반기 우리 경제에 대해 "하방 압력이 높아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가 금세 "당초 성장률 전망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 같다"고도 했다. 경기 전망이 어둡다는 것인지 아직은 염려할 단계가 아니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전기요금 인상 논란도 비슷하다. 박 장관은 지난 23일 천안 산업단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국제 유가와 가스가격이 급등해서 발전 단가 인상을 적절히 조절해야 할 때"라며 "아직까지 우리 전기요금이 다른 경쟁국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고 했다. 사실상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뜻으로 들린다. 그러나 박 장관은 산업단지 방문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선 "검토할 게 많이 남았다. 인상할지 여부는 아직 모르고 전혀 결정된 바 없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러다 보니 전기료 인상에 대한 언론매체들의 보도도 제각각이다. 박 장관이 말실수를 한 것도 그렇다고 기자들이 오해를 한 것도 아니다. 박 장관의 답변이 워낙 모호하다 보니 해석 과정에서 빚어진 해프닝이다.
박 장관은 결국 25일 재정부 기자실을 방문해 자신의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인 폴 볼커를 예로 들며 "그가 미 의회에서 증언할 때 의원 중 한 명이 잘 이해했다고 하자 '의원께서 이해했다면 자신이 말을 잘 못한 것'이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박 장관의 애매모호한 발언은 따지고 보면 의도된 것이란 뜻이다. 경제 수장으로서 자신의 발언이 시장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란 옛말이 있다. 애매모호함도 지나치면 시장의 신뢰까지 잃을 수 있다. 그리고 평소 애매모호한 답변으로 의원들을 곤란하게 한 사람은 볼커가 아닌 앨런 그린스펀이다. 이것 역시 박 장관의 의도된 계산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