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매그놀리아'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은 ‘매그놀리아(MAGNOLIA·철목련)’로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하며 단 두편의 영화로 세계적인 명성을 안았다. 전작‘부기 나이트’처럼 극단적인 평가가 엇갈리는 영화이다. 죽어가는 방송재벌 얼 패트리지(제이슨 로바즈), 그가 버린 아들로, 이름을 바꾸고 마조히즘에 바탕을 둔 ‘여성 공략법’으로 사이비 교주와 같은 위세를 떨치고 있는 프랭크 매키(톰 크루즈), 퀴즈쇼를 30년간이나 이끌어온 명MC 지미(필립 베이커 홀), 그에게 성폭행 당하고 마약으로 생을 지탱하는 딸 클라우디아(멜로라 월터스), 그녀를 사랑하게 된 경찰관 짐. 사람들의 관계가 물고 물리며 거대한 모자이크를 만들어 낸다. 그것은 타락한 아버지 군상이다.아버지들에게 자식은 성적 욕구의 대상이거나 버려야 할 짐이거나 돈벌이 수단이다. 가정의 붕괴가 모두 이들 ‘썩은 아버지’ 때문이었다는 것이 감독의 생각이다. 톰 크루즈 등 배우의 뛰어난 연기에, 흩어진 관계를 나열하면서도 인과관계에 더욱 집중하도록 만드는 호흡 조절이 탁월하다. ‘개구리 비’라는 독특한 ‘판타지’장치는 더 기발하다. 홍수비가 쏟아지듯 하늘에선 개구리(원래 설정은 개나 고양이였다) 비가 쏟아져 자동차 차창위에 개구리 배가 터지고, 세상은 공포에 빠진다. 비가 그친 후 사람들은 ‘WISE UP(깨닫다)’이라는 노래를 부른다. 생경한 노래 장면은 오히려 이전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느니 차라리 ‘개구리 비’를 기대하라는 냉소로도 보인다. 그럼에도 감독은 사람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는 않았다. 돈 때문에 얼과 결혼했던 린다는 남편을 속였던 자신을 책망하고 유산을 거부한다. 경찰 짐은 공금을 훔친 1960년대 퀴즈왕 도니를 감싼다. 너무 작위적이다. 게다가 가족주의를 할머니 잔소리처럼 쏟아내고, 주인공이 한소절씩 노래를 부르는 인위적 구성, 세상을 지배했던 것이 남자라고 하듯 세상의 타락 역시 남자의 귀책사유라고 우기는 남성주월주의. 역시 논란거리이다. 러닝 타임 188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이들과 지루하고 길기만해 영화속 꼬마 퀴즈왕 스탠리 처럼 오줌을 지릴뻔 했다고 투덜거리는 이들. 긍정적 평가가 유세하지만 부정적 평가도 무시할 것은 못된다. 15일 개봉. 오락성★★★☆ 작품성 ★★★★ 박은주기자 입력시간 2000/04/13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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