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저축은행 BIS 비율 만능인가

"BIS 비율에만 몰입해서는 안 돼요." 저축은행의 살생부 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간 15일, 서울 소재의 한 저축은행장은 심각한 어투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저축은행에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적용하면 안 되는 이유를 한참 동안 얘기했다. 그의 말은 이렇다. 지금까지 저축은행에 BIS 비율은 금과옥조였다. 저축은행 구조조정도 BIS 비율에 근거해 이뤄진다. BIS 비율이 1% 아래면 문을 닫고 5% 미만이면 사실상 퇴출대상이 된다. 이 때문에 당국과 저축은행 거래 고객들은 BIS 비율에 목을 맨다. 이 저축은행장은 BIS 비율에만 매달리다 보면 부실 저축은행은 모두 날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종합금융사 구조조정 때 보니 부실사라고 모두 없애니 현재 남는 게 없다"며 "부실사라도 영업이익을 꾸준히 내는 곳은 감독관을 파견해 영업을 철저히 감시하면서 살리는 방안이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실제 저축은행에 BIS 비율을 적용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도 많다. BIS 비율은 국제 기준이다. 그런데 저축은행은 외국환 업무를 하지 않는다. 신용협동조합의 경우 BIS 비율 대신 순자본비율(자산 중 내부유보금의 비율)을 쓴다. 저축은행도 BIS 비율보다는 자본금 대비 채무가 얼마인지를 보여주는 순채무비율을 건전성 지표로 써야한다는 얘기가 감독당국에서 조차 나온다. 저축은행의 실제 모습을 보여주는데도 BIS 비율은 적당하지 않다는 얘기도 많다. BIS 비율의 자본항목은 기본자본과 보완자본으로 이뤄진다. 문제는 저축은행들이 사실상 채무인 후순위채를 발행해 보완자본을 늘리는 방식으로 BIS 비율을 높여왔다는 점이다. 부산저축은행 사태에서도 봤듯 대규모 후순위채 피해자가 발생한 것도 대주주들이 BIS 비율의 허점을 이용한 데 따른 것이었다. 저축은행 살생부 발표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상당수 저축은행이 BIS 비율에 웃고 울 것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저축은행에 BIS 비율을 적용할지 이를 근거로 생사를 가릴지는 따져봐야 할 듯하다. 저축은행에 BIS 비율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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