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 합동조사단이 최근 발생한 자동차 급발진 사고 차량 2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한 30일. 지난 3월 경기도 용인시에서 발생한 기아차 스포티지R의 차주인 이모(37)씨는 현장에서 분통을 터뜨렸다.
이씨는 조사단의 결론을 반박하는 자료와 함께 사고기록장치(EDR)와 관련한 전문가의 논문까지 챙겨와 기자들에게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고자 했다.
자동차 관련 전문가가 아닌 이씨의 반박에는 허술한 구석도 많았다.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교통안전공단 연구원의 논리적인 반박에 이씨의 분통 섞인 울부짖음은 개인의 과오를 덮기 위한 거짓말로 치부되는 듯했으나 그의 의혹 제기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씨는 "차체가 높고 큰 스포티지는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코너를 도는 것이 힘들다"며 "우회전을 하기 전 긴 거리를 주행해오다가 몇 차례나 브레이크를 밟았다 뗐다를 반복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조사반은 이 역시 말도 안되는 주장에 불과하다는 듯 준비해온 영상을 공개했다. 그 영상에서 실험자는 사고가 발생한 바로 그 장소에서 브레이크도 가속 페달도 밟지 않은 상태에서 매끄럽게 코너를 돌았다.
그러자 이씨는 "모든 조건을 동일하게 통제하지 않은 실험은 의미가 없다"며 "처음부터 페달에 발을 올리지 않은 상태에서 코너를 돌기 직전 주행을 시작한 영상과 긴 거리를 주행한 내 경우는 완전히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하며 이씨는 정부에 추가 조사를 해줄 것을 강력 요청했지만 국토부는 이 부분과 관련한 더 이상의 추가 조사는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씨의 주장처럼 실험의 변인 통제와 더불어 명쾌하게 해소하기 힘든 EDR 자체의 오작동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국토부의 이 같은 모습은 지나치게 편협하고 미진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EDR에 대한 정부 차원의 첫 공식 조사'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내건 그들이 "소비자가 돈을 내고 차를 샀는데 공단은 왜 자동차 회사 편에만 서서 소비자를 왕따시키는지 모르겠다"는 이씨의 하소연을 그저 한 귀로 흘려만 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