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빚 갚을 능력 있어도 개인회생… 저축은행 "아이구머니"

제도 악용 늘어나 손실 눈덩이

일부銀 중금리 개인신용대출 폐지<br>대형사는 울며 겨자먹기식 영업


빚을 갚을 능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개인회생을 악용해 빚을 탕감 받는 일이 늘어나면서 10%대 중금리 개인신용대출 영업을 접은 저축은행까지 등장했다.

29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하나저축은행은 지난해 10월 평균 금리 약 16%의 중금리 개인신용대출 상품인 '더마니론' 판매를 출시 3년 만에 중단했다. 약 1,500억원이던 더마니론 대출잔액 가운데 30%에 이르는 약 450억원이 개인회생에 들어가면서 하나저축은행이 큰 손실을 입게 됐기 때문이다.

하나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개인회생에 들어간 대출자 중에는 부채 탕감이 절실한 서민도 있었지만 대기업 회사원이나 은행지점장 같은 번듯한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상당수였다"며 "이렇게 빚 갚을 능력이 있는 채무자들마저 개인회생을 선택하면서 중금리 대출상품 유지가 어려워 폐지했다"고 전했다. 하나저축은행이 상품 판매를 중단하면서 담당 임원과 부서장들도 보직에서 해임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에서 운영하는 개인회생제도는 빚을 갚기 어려운 개인 채무자에게 일정 금액을 변제하도록 하고 나머지 채무를 면제해주는 구제 절차다. 현재 경제능력으로는 원리금 상환이 사실상 불가능한 이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주고자 운용되는 제도이지만 이를 악용하는 채무자들의 '모럴 해저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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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저축은행의 더마니론은 그나마 대출 규모가 작아 영업중단이 가능했지만 개인신용대출에 특화된 대형 저축은행들은 피해를 입으면서도 영업을 계속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한 대형저축은행 관계자는 "어떤 사람이 언제 개인회생을 노리고 대출을 받을지 심사를 통해 걸러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며 "일단 개인회생에 들어가면 손 쓸 방법이 없어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그저 당하고 있을 뿐"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다른 저축은행들은 개인회생제도에 따른 사업손실 우려로 섣불리 관련 사업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10%대의 중금리의 신용대출을 이용하고자 하는 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금융기관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결국 그 피해는 고금리 대출에 의존하게 되는 서민층에 돌아가게 되는 셈이다.

그동안 기업대출을 위주로 영업한 한 저축은행은 "오래전부터 개인신용대출 사업 진출을 검토해보고 시범적으로 운영도 해봤지만 심사 역량이 떨어지다 보니 부실도 많고 개인회생으로 가는 비중도 높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 2009년 5만4,605건이던 개인회생 신청 건수는 2013년 10만5,885건으로 처음으로 10만건을 넘은 데 이어 지난해 11만707건으로 증가세가 점차 가팔라지고 있다.


박윤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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