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말 이후 뉴욕 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등 미국 유력 신문의 1면 머릿기사에 한반도 관련 뉴스로 채워지고 있다.북한 핵 개발 계획의 이슈다. 미국 정부가 흘린 기사에서 분석기사, 논평에 이르기까지 요즘처럼 'Korea'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헤드라인이 자주 뽑히기는 5년전 이맘때와 비슷하다.
지난 97년 가을에도 미국 주요 언론들은 한국을 주요 이슈로 삼았다. 당시엔 한국의 외환위기가 주제였다. 그때 미국 언론들은 '악당(villain)'등의 험악한 용어를 사용하며, 한국의 기업과 금융인을 정경유착과 경제 파탄의 원흉으로 지목했다.
지금은 한국을 주요 우방국으로 감싸고 있지만, 북한에 대해 '악의 축'등의 용어가 난무하고 있다.
외환위기에 휩싸여 있던 5년전과 지금을 비교하면, 현상적으로 비슷한 점들이 많다. 우선 대통령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고, 한국 경제가 둔화되고 있다. 굳이 들자면 97년 10월말 종합주가지수가 지금처럼 600대였다.
물론 두 시점 사이의 한국 경제와 주변 국제정세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당시 한국 경제는 구조적인 문제가 표출되면서 붕괴직전에 있었지만, 오늘날은 경제의 기초여건이 단단하다. 외환보유액이 20배 이상 늘어났고, 은행이 건실해졌으며, 기업 수익도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개선됐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점은 지난번에는 동아시아가 흔들렸지만, 이번엔 세계 1ㆍ2위 국가의 경제문제로 세계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발원한 허리케인과 일본을 진앙지로 한 지진이 합쳐진 지금의 세계 경제 위기의 강도와 진폭은 타이에서 발원한 5년 전의 태풍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협적이다.
비록 이슈가 다르지만, 전세계의 이목이 또다시 한반도에 집중돼 있다. 그 사이에 주한미군의 숫자는 큰 변동이 없지만, 한국 증시의 외국인투자 비중은 13%에서 35%로 크게 증가했다.
그만큼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눈이 많아졌다는 얘기고, 정치와 안보이슈가 경제이슈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통령 선거를 두 달 앞두고 정국이 혼미한 가운데 북한 핵 문제가 미국의 이라크 공격 만큼 중요한 이슈로 불거지고 있다.
5년 전에 정치인들이 대선을 앞두고 경제문제에 혼선을 겪고 있는 사이에 외환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지금은 안보와 경제문제가 겹쳐있는 상황에서 정치인들이 국론을 일치시키는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뉴욕=김인영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