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사방에서 새는 보조금 감시망 촘촘히 다시 짜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이 또 새나갔다. 비영리 민간단체 8곳이 국가보조금 7억3,000만여원을 횡령해 빚을 갚거나 일반사무실 경비 등으로 사용하는가 하면 어린이집 원장들이 서류를 거짓으로 꾸며 수천만원을 타내기도 했다. 지난해 6월부터 경찰이 대대적인 수사를 벌여 3,300명 넘게 적발했지만 사방에서 달려드는 보조금 사냥꾼들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나 보다.


수법도 각양각색이다. 거래대금을 돌려받거나 통장사본 같은 서류를 위조하는가 하면 원생 또는 보육교사 수를 부풀리는 탈법도 동원됐다. 동네슈퍼 지원을 위한 물류센터를 짓는다며 지원금을 받고선 대기업에 넘기는 사례도 있다. 이렇게 해서 빠져나간 보조금이 이달 들어 경찰에서 확인된 것만도 60억원을 넘는다. 중앙부처 공무원까지 가세했다고 하니 이쯤 되면 사방이 구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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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 새는 보조금 비리의 원인은 허술한 관리감독에 있다. 지난해 국고보조금은 전체 예산의 14.8%인 50조5,000억원이나 된다. 하지만 중앙부처와 지자체가 따로 관리하다 보니 서류를 조금만 바꿔도 이중삼중으로 타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번에 적발된 안전행정부 공무원처럼 보조금 관련 업무를 혼자 하다 보니 중간에서 가로채도 알 길이 없다. 지원은 중구난방으로 이뤄지는데 경보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으니 하루가 멀다하고 사고가 터질 수밖에.

안행부가 보조금 관리를 전산화하고 현금취급을 전면 금지하겠다는 재발방지책을 서둘러 내놓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대상 선정부터 지급·관리·환수까지 담당부서와 책임자를 분리해 공무원의 비리 가능성을 줄이고 감시망을 더 촘촘히 짜야 한다. 중앙부처와 지자체 간 정보를 공유해 새는 곳이 없는지 살피는 것은 물론 신청시 형식적인 서류심사 대신 현장실사를 의무화하고 상시점검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국민 혈세를 노리는 하이에나들이 판치도록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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