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중국과 WTO/김철수 WTO사무차장(송현칼럼)

인구대국, 군사대국인 중국은 과연 얼마만한 경제대국일가. 세계인구의 약 5분의1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은 이미 전세계교역의 4%를 차지하는 세계11위의 무역대국이다. 더구나 연평균 10%에 이르는 지난 10년간의 경제성장추세가 지속된다면 21세기초에는 적어도 규모면에서는 세계제일의 경제대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중국이 아직도 세계무역기구(WTO)의 회원국이 아니다. 중국이 참여하지 않은 채 WTO가 세계무역규범을 논의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일임에 분명하다. 역으로 중국이 WTO에 가입하면 WTO규범은 명실공히 범세계적 무역규범이 될 것이다.중국이 WTO회원국이 된다는 것은 중국이 보다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인 통상교역국이 됨을 뜻한다. 이는 또한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가장 성장이 빠른 시장에 대한 타회원국의 접근이 보다 용이해짐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도 WTO가입은 분명히 득이 되는 일이다. 국제사회에서 중국이 제 위상을 찾는다는 정치적 의미는 차지하고라도 실리적인 측면에서 봐도 그렇다. 우선 각국이 우루과이라운드(UR)에서 양허한 각종 관세, 비관세 조치들을 활용하여 중국제품 및 서비스 수출을 도모할 수 있게 된다. 중국에 대한 차별적 조치들이 불가능하게 되고 만일 중국의 권익이 침해받았다고 생각되면 WTO 분쟁해결절차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또 앞으로의 다자규범 제정과정에서 중국이 제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다는 것도 간과될 수 없는 중요한 점이다. 이렇게 볼 때 중국의 WTO가입은 WTO회원국의 입장에서나 중국의 입장에서나 상호이해가 맞아떨어지는 일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총론에 이견이 없다고 각론에 대한 합의도 쉽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WTO가입은 가입조건을 결정하는 일련의 협상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이것이 실제 중국의 각 분야별 시장접근조건을 결정짓는 각론에 해당된다. 중국이라는 시장이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각 회원국이 중국에 대해 가입조건으로 요구하는 수준과 관심도 각별하다. 이 가입협상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하는 것은 지난 1987년 과거 관세무역일반협정(GATT) 시절에서부터 가동되어온 WTO 내의 「중국가입작업반」이 아직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최근들어 일련의 협상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중국의 적극적인 제안 등으로 그토록 오래 끈 중국의 가입문제가 점차 최종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느낌이다. 가입협상은 두 갈래로 나뉘어 진행된다. 첫째는 중국의 WTO 가입조건을 적시한 의정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이는 주로 중국의 무역관련법령과 제도를 WTO규범에 일치시키는 것인데 이 분야의 협상은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또다른 협상은 중국으로부터 상품과 서비스시장의 구체적인 양허를 받아내는 것이다. 첫째 유형의 협상이 다자적이라면 둘째 유형의 것은 각국별 요구안을 중심으로 협상이 진행되는 양자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양자협상의 결과로 중국이 양허하는 내용은 최혜국대우 원칙에 따라 다른 모든 회원국들에까지 적용된다. 이 양자협상분야는 상대적으로 진행이 늦은 실정이다. 예를 들어 상품의 경우, 중국은 관세를 평균 34.5%에서 21.5%로 낮췄고 향후 15% 수준까지 낮출 계획임을 밝혔지만 일부 회원국들은 중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수준의 2배인 8%까지 인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 통신 등 서비스분야는 상품분야보다도 진전이 느린 편인데 지난 7월말 가입작업반 회의에서 중국이 서비스분야의 포괄적인 양허안을 제출키로 했으므로 이것이 제출될 경우 협상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의 가입이 과연 언제 이루어질 것인가를 지금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중국과 각 회원국의 정치적 의지만큼은 확고하다. 현재 중국가입협상은 앞에 쓴 바와 같이 다자협상보다는 시장개방을 둘러싼 중국과 주요교역국간 양자협상의 진전이 관건이 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중국이 내년중 WTO에 가입할 것이라고 점치고 있으나 각국의 이해관계를 감안할 때 시장개방협상은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봐야 할 것 같다. 올해 10∼12월에 집중적으로 벌어지는 미국, EU 등 주요 교역국들과의 일련의 협상결과를 보면 중국이 내년중 가입할 수 있을 것인지 여부에 대해 좀더 분명하게 예상할 수 있을 것 같다. 장차 우리의 제1시장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큰 중국에 대한 향후 접근 용이도가 가입협상에 따라 결정되어지는 만큼 정부뿐 아니라 대중국 진출을 모색하는 우리 기업들의 이 문제에 대한 전략적인 사고와 대응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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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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