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CEO&Story] 박진규 게임소마 대표이사

잘나가는 금융맨 박차고 스크린골프 드라이버 샷!

만들어진 회사보다 처음부터 이뤄가고 싶었어요



게임소마 스크린골프 기기 ''지스윙''

스마일게이트 ''크로스파이어''

리먼·메릴린치 10년 근무한 엘리트
원하는 일·훨씬 더 큰 기회 찾아서 과감하게 사직, 온라인 게임사 입사

필드 느낌 그대로 '지스윙' 인기몰이
기기 불만족땐 재매입 '점주와 상생'
2년 내 시장점유율 20% 달성할 것



"시중의 스크린골프, 정말 재밌습니다. 게임처럼 재밌게 풀어냈기 때문이죠. 하지만 스크린골프장에 가면 스윙이 망가지기 때문에 안 간다는 분들도 많아요. 게임이 아닌 필드 골프를 지향하는 분들을 위한 스크린골프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진규(38) ㈜게임소마 대표이사는 지난 1일 자사의 스크린골프 시뮬레이터(기기) '지스윙(Gswing HD)'을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7월 출시된 지스윙은 현재까지 전국 100개 매장에 300대 넘게 판매되며 스크린골프 업계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선도업체의 기기가 설치된 스크린골프장에 지스윙 몇 대씩만 들여놓기를 점주들에게 권유하며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는 상황. 조심스럽게 발을 디뎠지만 반응은 뜨겁다. 서울 영등포와 강원도 춘천의 한 매장은 처음에는 4~5대로 시작했다가 최근 모든 기기를 지스윙으로 교체했다고 한다. 현직 유명 교습가는 개인적으로 체험해본 뒤 자신이 출연하는 골프 방송에 지스윙을 적극 추천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모든 코스를 풀HD로 제작한 지스윙은 골프채가 아닌 공의 스핀을 직접 읽는 초고속 카메라 센서(초당 2,300프레임)를 적용했다. 무엇보다 어프로치를 했을 때 공이 튀거나 구르는 정도를 그대로 구현한 6차원 물리 엔진이 강점"이라며 "골프를 골프답게 즐기기 원하는 싱글 골퍼나 싱글이 되고 싶은 분들이 타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스윙을 경험해본 사람들은 '공이 뜨는 정도와 미스샷이 현실적으로 반영된다'거나 '필드 골프와 스코어가 엇비슷하게 나온다'는 반응들을 내놓고 있다. 박 대표는 "당구 대신, 또는 PC방 대신 스크린골프장을 찾는 고객까지 커버하고 싶지는 않다. 우리는 프리미엄 브랜드"라고 강조하며 "2년 내에 시장점유율 20%(5,000대)를 달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리먼·메릴린치 거친 금융맨서 벤처사 대표로=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박 대표는 3년 전만 해도 잘나가는 금융맨이었다. 2001년 리먼브러더스에 입사, 서울과 홍콩지점에서 근무한 그는 크레디트스위스를 거쳐 2008년부터 2011년까지는 메릴린치 이사로 일했다. 인수합병(M&A)과 자본시장 업무를 주로 봤다. 높은 연봉이 보장되고 선망되는 직종이었지만 박 대표는 서른다섯의 나이에 투자은행 10년 경력을 뒤로하고 홀연 금융계를 떠났다. 하지만 말을 들어보면 갑자기 떠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그는 "사실 그렇게 큰 용기가 필요한 결정도 아니었다. 그쪽 일이라는 게 연봉을 비교적 많이 받고 부러움도 받지만 커리어를 길게 가져가기는 힘들다"며 "제 안에는 뭔가를 만들고 창업하는 등의 욕구가 항상 있었다. 원하는 일을 하려고 나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마일게이트를 들어갈 때도, 게임소마로 올 때도 주위에서는 걱정했어요. 그러나 저는 여기가 훨씬 더 기회가 크다고 봅니다. 만들어진 회사에 가서 일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이뤄나가는 과정을 같이 겪고 싶었어요. 물론 골프를 좋아하기도 하고요." 금융계 동기들은 박 대표의 용기를 오히려 부러워한다. 금융계를 뛰쳐나와 처음 들어간 직장이 온라인 게임업체 스마일게이트였다. 스마일게이트 월드와이드의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올 7월까지 2년여를 일하다 지난달부터 게임소마 대표직을 맡고 있다. 게임소마는 최근 스마일게이트의 계열사로 편입됐다.

박 대표는 대학 생활도 남들과 조금 달랐다. 연세대 영문과 95학번인 그는 그저 더 넓은 곳을 경험하고 싶다는 이끌림으로 1학년 때부터 미국의 수능시험인 SAT를 공부했다. 유학 자체가 낯선 시절이었지만 이번에도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은 아니었다"고 했다. 1학년을 마치고는 바로 버지니아주립대에 편입학해 정치학과 경제학을 공부했다. 유학 시절 뉴욕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중고차로 3주간 횡단하며 세상을 배우기도 했다. 골프에는 2005년 입문했다. 메릴린치를 퇴사하고 잠깐 쉬던 2011년에는 지산골프장 아카데미에 등록해 선수를 목표로 하는 유망주들과 함께 5주간 레슨을 받기도 했다. 골프를 '제대로' 배우기 위해 재취업을 위한 면접도 제쳐 뒀다. 평균 90타 정도를 치는 박 대표의 베스트 스코어는 85타. 출산을 앞둔 아내를 두고 라운드를 나갈 정도의 '용감함'에 비하면 그렇게 뛰어난 실력은 아닌 것 같지만 룰을 엄격하게 지키는 편이라 스코어가 짜다.

◇레드오션서 블루오션을 자신하는 이유=전국의 스크린골프장은 8,000여개, 기기는 2만5,000대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 업체의 점유율이 80% 이상인 스크린골프는 대표적인 레드오션이다. 다른 업체들의 도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실패로 마무리됐다. 지스윙의 도전 역시 무모한 도전으로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박 대표는 성공을 자신했다. 지스윙만의 몇 가지 성공 열쇠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 핵심은 점주들과의 상생이다. 박 대표는 "우리에게 스크린골프장 점주분들은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사업 파트너"라며 "2017년 상반기까지 기기 하드웨어 업그레이드에 대한 추가 투자 요구를 일절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현재의 기기가 이미 최적화된 버전이기 때문에 한 번 기기를 들여놓기만 하면 업그레이드 비용에 대한 걱정 없이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점주분들은 기존의 기기에 대해 '잘돼도 걱정'이라는 마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금방 새로운 버전이 출시돼 종전 모델로는 장사를 하기 힘들어지거나 사소한 업그레이드의 반복으로 돈을 내야 하는 일이 계속됐기 때문이죠."

박 대표는 '지역 총량제'도 도입하겠다고 했다. "건물 1층에 매장이 있는데 같은 건물 지하에 또 매장이 들어서 반값으로 후려치며 가격 경쟁을 하는 일은 없도록 할 것입니다." 상권 보호를 위해 지역 내 전체 스크린골프 기기 수 대비 지스윙 기기의 수가 30%를 넘으면 신규 판매를 중단하겠다는 것인데 지역을 어떤 식으로 구분할 것인지는 고민 중이다. 박 대표는 또 "2년 뒤 기기를 저희에게 되팔 경우 구매가의 50%를 보장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장사를 해보시고 아니다 싶으면 저희가 재매입하겠다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그만큼 기기의 완성도와 프리미엄 스크린골프 사업에 대해 자신감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2010년 8월 설립된 게임소마는 자체 연구개발(R&D) 센터를 두고 처음부터 지스윙 개발만을 목표로 달려왔다고 한다. 연구개발비에만 지금까지 100억원이 투입됐다. 이렇게 탄생한 지스윙은 백스핀까지도 꽤 정확하게 읽어낸다.

◇직원들이 '자랑스럽게' 소개팅하는 회사=박 대표가 꿈꾸는 게임소마는 직원들이 자랑스럽게 소개팅할 수 있는 회사다. "지금은 소개팅에 나가서 게임소마 다닌다고 얘기하면 어떤 회사냐고 되묻겠죠. 직원들의 가족이 자랑스러워하고 미혼이라면 소개팅을 자랑스럽게 할 수 있는 회사로 만들 겁니다. 저희는 문화와 비전과 가능성을 가진 직원들을 뽑았습니다. 그들에게 실체가 있는 약속을 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항상 갖고 있고요."

박 대표는 '안 됩니다' '아닙니다'로 대답을 마무리하는 직원이 가장 안타깝다고 한다. "저도 얼마 전까지는 한 회사의 직원이었잖아요. '안 됩니다'로 끝내는 게 아니라 '이러이러한 안이 있는데 저는 이게 좋다고 생각한다'로까지 해주는 사람이 좋습니다. 문제에 주목하는 게 아니라 목적에 주목하는 직원이 좋은 직원이자 성장하는 직원이 되겠죠." 90명 안팎의 직원들과 일하는 박 대표는 회의 때도 최소한으로 말을 줄이고 직원들이 스스로 논의를 발전시키기를 기다리는 편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을 대표가 아니라 '멘토'라고 여긴다. "(모기업인) 스마일게이트를 먹여 살리는 회사로 성장하는 게 목표입니다."

He is…

△ 1976년 서울

△ 1995년 한영외고 졸업


△ 2001년 미국 버지니아주립대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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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학사

△ 2001~2004·2007~2008년 리먼브러

더스 과장·차장

△ 2005~2006년 크레디트스위스 차장

△ 2008~2011년 메릴린치 이사

△ 2012~2014년 스마일게이트 월드와이

드 CFO

△ 2014년 8월~ 게임소마 대표이사



스마일게이트 계열사로 편입… 점주 '먹튀 의심' 잠재워

게임소마에 50억 투자… 시너지 기대

박진규 게임소마 대표는 자사의 스크린골프 기기 '지스윙' 구매에 대한 점주들의 고민을 잘 알고 있었다. "첫 번째 걱정이 '너희 회사 내년에 없어지는 거 아니냐'였습니다." 기기를 들여놓았다가 개발사가 어려워져 관리가 안 되고 이용고객이 발을 끊으면 점주 입장에서는 큰 손해다. 하지만 출시 초기에 나돌았던 이 같은 우려가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고 한다. 지난달 말 온라인 게임업체 스마일게이트 계열사로의 편입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스마일게이트는 지난해 매출 3,760억원, 영업이익 2,550억원의 업계 2위 기업이다. 대표 게임 '크로스파이어'는 총매출 1조5,000억원을 돌파한 세계 1위 온라인 1인칭 슈팅(FPS) 게임.

박 대표는 "스마일게이트의 게임소마 인수는 점주들의 우려를 잠재우는 효과가 컸다. 지스윙이 '먹튀(먹고 튀다)'하지는 않겠구나 라며 믿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앞으로 스마일게이트의 게임에 들어가는 나무와 하늘, 구름 등의 리소스 라이브러리를 지스윙에서 같이 쓰게 될 것"이라며 "중국 등 해외시장에서의 성공 노하우에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권혁빈(41) 스마일게이트 대표와의 인연도 끈끈하다. 대학 시절이던 1997년 영국 하원의원 사무실에서 인턴으로 일하던 박 대표는 어학연수를 온 남자를 우연히 알게 됐는데 그가 권 대표였다. 둘은 4박5일로 영국 여행을 다닐 정도로 친해졌다. 그 후 연락이 끊겼으나 박 대표가 2011년 메릴린치에서 퇴사할 때 상사가 소개해준 회사가 바로 스마일게이트였다. 14년 만에 만난 '한국에서 온 친한 형'은 알짜 회사의 최고경영자(CEO)가 돼 있었다.



사진=권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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