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고령화쇼크] 24. 일본 <상> 노인천국의 고민

[고령화쇼크] 24. 일본<상>노인천국의 고민 노동인구 감소 '흔들리는 복지大國' 올해 아흔아홉살인 케이조 미우라 할아버지는 일년에 120일정도는 산을 오르거나 스키를 타면서 보낸다. 가끔은 동료들과 캐나다나 뉴질랜드로 스키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내년에는 100살 생일을 자축하기 위해 아들 유이치로 씨와 알프스 몽블랑으로 스키를 타러갈 계획이다. 부전자전(父傳子傳), 아들 유이치로씨도 이에 뒤질세라 내년 칠순기념으로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등정할 계획이다. 하루에 이치하시 할머니(75)는 요즘 70세이상의 학생들과 함께 젊은이도 하기 힘든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에 푹 빠져있다. 몸매관리를 위해서다. 그런가하면 케이코 하시바 할머니(63)는 2년반전부터 실내 암벽타기에 맛을 들여 집근처 후나바시 록키 스포츠클럽에서 거의 살다시피한다. 영화속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스포츠신문에 톱을 장식할만한 일들이 일본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 ▶ 노인 천국 일본 일본 노인들은 과거보다 훨씬 건강해지고 더 부유하다. 사치를 즐길 줄도 안다. 경제는 어렵다는데. 이유가 궁금했다. 세가미 키요다카 국립보건의료과학원 공중위생정책부장은 "직접적인 이유는 노인들이 건강해졌고 돈도 많아서다"라고 설명한다. 일본 노인들은 평균잡아 한달에 14만엔(약 140만원)정도를 연금으로 탄다. 게다가 1,400조엔에 이르는 개인자산중 3분의 2이상은 60세이상 노인들이 은행이나 장롱속에 숨겨둔 돈이다. 세가미부장은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일본 사회가 노인들이 풍요로운 인생을 즐길 수 있도록 오랫동안 준비해왔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 전후 연금법만 20번 개정 그의 말대로 노인천국은 아주 오래전부터 노인부양의 부담을 사회가 끌어안으려는 준비가 있어왔기에 가능했다. 김형돈 내각부 경제사회연구소 연구원은 "일본은 대공황이 닥쳤던 30년대초반에도 노인복지를 염두에 뒀을 정도였다"고 부러워했다. 김연구원은 "오늘의 연금체계를 만들기까지 2차세계대전직후부터 약 20번이나 법이 손질됐다"고 설명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63년 노인복지법이 제정된 이후 골드플랜21(99년), 개호보험(2000년)에 이르기 까지 고령화에 맞서기 위한 비전설정은 쉴새없이 이어졌다. 여성들의 '일과 양육'을 돕기위해 엔젤플랜(94년), 신엔젤플랜(99년)도 마련됐다. 과연 일본 답다. ▶ 21세기 최대고민, 고령화 그래도 일본의 최대 고민은 여전히 고령화다. 올해 1월 국립사회보장ㆍ인구문제연구소가 미래인구 추계를 발표했을 때 일본인들은 화들짝 놀랐다. 근로연령대로 불리는 15세에서 64세 인구의 증가세가 지난 90년대중반께 정점을 찍고 앞으로 50년동안은 매년 0.9%씩 감소할 것이란 결과 때문이었다. 한창 경제가 성장할 때 이 연령대인구가 매년 약 1%씩 증가하던 것과는 정반대되는 현상이다. 경제동물로 불리는 일본인들이 받은 충격을 짐작할 만 하다. 이렇게되면 경제도 문제지만 재정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떠받쳐온 노인복지는 와해된다. 그렇지 않아도 일본이 안고 있는 연금부채는 지난 99년말 현재 550조엔에 이를 정도로 심각하다. 국내총생산(GDP)의 110%수준이다. 오시오 다카시 도쿄 카쿠게이 대학 부교수(사회복지학)는 "아이를 하나만 낳거나 아예 두지 않는 소자화(小子化)현상과 수명연장으로 노동력, 자본, 기술등 경제를 지탱하는 에너지가 고갈될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지적한다. ▶ 일본을 교훈삼아야 이런 고민들은 강건너 불이 아니다. 그토록 오랫동안 준비해온 일본도 속시원한 해답을 얻지 못해 속을 태우고 있는 현실은 그냥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일본(17.4%)보다 65세이상 인구비중(7.9%)이 낮아 여유가 있는 듯 보이지만 정작 우리에겐 머뭇 거릴 시간이 없다. "한국보다 앞서 늙은 일본을 조기경보시스템으로 활용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후지에다 시게루 후생노동성 기획과장의 말엔 뼈가 들어있음이 느껴졌다. 도쿄=박동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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