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각국 은행 국유화 이면엔…

정부 과도한 규제 주주이익 침해등 부작용 그림자도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 각국의 은행 국유화 조치 이면에는 과도한 규제, 주주의 이익 침해, 보수 경영으로 선회 등 각종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4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각국 정부의 은행 국유화 조치는 지난 1960~1970년대 영국 노동당이 철강ㆍ자동차ㆍ조선 등 주요 산업을 국유화하면서 생산성이 떨어지고 경제발전에 걸림돌이 됐던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경우 정부가 로열뱅크 오브 스코틀랜드(RBS), 로이즈TSB, HBOS 등 경영난에 빠진 은행 지분을 인수하면서 경영진의 보수 및 성과급을 제한하고 개인과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기존대로 유지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일부 은행은 경영 부실에 대한 책임을 지고 주요 경영진이 물갈이됐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정부가 은행을 소유함으로써 기존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 소유가 된 은행 관계자들은 국유화 여부와 관계없이 상업은행으로서의 기존 포지션을 유지하며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영국 정부는 국유화 방법으로 12%의 고정금리를 받을 수 있는 우선주를 인수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런데 이는 은행이 정부의 우선주 지분을 완전히 정리하기 전에는 기존 주주들이 배당금을 받을 수 없도록 했다. 국민의 혈세가 투입된 만큼 정부로서는 안전장치를 해둔 셈이지만 결과적으로 기존 주주들은 권리를 포기하도록 강요받은 셈이다. 앨리스터 달링 영국 재무부 장관은 “국유화된 은행들은 정부와 일정한 거리를 두는(arms length) 독립 경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정부가 은행 지분을 소유한 이상 직ㆍ간접적인 관리감독 및 시장개입이 계속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정부 소유 은행들이 위험을 줄이기 위해 보수 경영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높다는 지적이다. RBS는 네덜란드 은행 ABN암로 인수를 추진하는 등 공격적인 해외 확장 전략을 펼쳐왔지만 국유화 이후 뜻을 접었다. 로이드TSB 역시 위험을 줄이기 위해 HBOS의 소매금융 부문 인수를 포기할 것으로 전망됐다. 위험관리에 집중하다 보면 대출을 늘리기보다 예금을 확보하는 보수적인 경영을 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직원들의 급여 삭감 및 구조조정이 잇따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존 발리 바클레이스 최고경영자(CEO)는 “국유화된 은행들은 경영전략 및 운영의 융통성이 점점 위축돼갈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바클레이스는 영국 정부의 구제금융 없이 자체적으로 60억파운드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미국의 은행 구제금융 방안 역시 은행 직접 주식 매입과 함께 CEO 보수 제한 등 경영을 규제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연방정부의 규제강화 등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위한 3단계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재무부가 추진 중인 방안에 따르면 단기적으로는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대통령 직속 금융시장 실무그룹의 조정 역할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중기적으로는 연방정부의 은행 및 보험에 대한 규제 강화, 증권 관련 유관기관의 통합 등이 추진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FRB를 금융 컨트롤 타워의 중심으로 삼아 금융감독체계를 완전히 개편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미국 정부가 금융시장에 대한 사실상 전방위 개입을 선언한 것으로 가급적 정부의 개입은 줄이고 시장 자율기능에 맡기겠다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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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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