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번에 투기지역 해제기준을 내놓은 것은 건설경기 연착륙을 위해 단계적으로 부동산시장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정부는 그동안 투기지역ㆍ투기과열지구ㆍ주택거래신고지역 지정 등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고수했지만 앞으로는 그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정책도 추진하겠다는 것. 하지만 이번 조치는 시장이 기대하는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해서는 역부족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따라 투기과열지구ㆍ주택거래신고 지역 등 다른 규제도 완화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투기지역 해제대상 크지 않을 듯=이번에 발표된 투기지역 지정제도 개선안은 ▦부동산 가격 안정지역에 대한 투기지역 해제기준 마련 ▦연립주택ㆍ다가구주택 등 소형 부동산의 규제적용 제외 ▦공공사업 수용토지 보유자에 대한 구제방안 등이다.
현재 투기지역으로 묶인 지역은 주택 57곳, 토지 31곳 등 중복지역을 제외하면 80여곳이 넘는다. 주택투기지역 57곳 가운데 지정 6개월이 지난 53곳 중 최근 3개월 동안 주택가격 월평균 상승률이 전국 평균 상승률 이하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20곳 정도는 해제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투기지역에서 풀리면 집을 팔 때 실거래가 대신 기준시가를 기준으로 양도세를 내기 때문에 세금이 줄어든다. 따라서 일부 지역은 꽁꽁 얼어붙은 주택거래가 다소 풀리는 효과가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규제완화로 집값이 다시 뛸 가능성이 높은 서울 및 수도권 지역은 해제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미미해 해제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또 집값 상승률이 전국 평균에 못 미치는 대구ㆍ부산ㆍ인천 등이 대상지역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이들 지역은 수도권에 비해 단기간 소폭 오르는 데 그쳐 세금절감 폭도 수백만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토지투기지역은 대부분 올들어 지정돼 6개월 경과기간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신도시 및 신행정수도 건설 후보지여서 사실상 당장 해제 가능성이 있는 곳은 없는 상태다.
◇건설업계, 과감한 규제완화 필요 주장=정부는 투기지역 지정단위를 시ㆍ군ㆍ구에서 읍ㆍ면ㆍ동 등으로 세분화하는 방안은 기술적인 어려움 등을 이유로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투지지역 내 연립주택ㆍ다가구주택ㆍ단독주택 등 소형 부동산 소유자들은 실거래가 대상에서 제외돼 구제될 전망이다. 이들은 최근 2~3년 동안 부동산 투기열풍의 혜택은 보지 못한 채 투기지역에 묶여 무거운 세금을 내야 하는 불이익을 받아왔다.
시장은 이번 조치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규제완화로 투기조짐이 다시 일지 않겠느냐는 예상과 고사 직전인 건설경기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더 적극적인 규제 철폐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는 것. 그러나 전문가들은 투기 재연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점치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의 경우 이중 삼중의 규제 때문에 투기지역 관련 규제가 완화되더라도 투기열풍이 재연되기 힘들다는 것. 이에 따라 건설업계는 민원 해결성 규제 완화보다 시장 활성화를 위한 과감한 규제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