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서 2004년도 마지막이다. 새로운 천년이 열린다고 떠들썩 하던 것이 불과 엊그제 같은데, 새로운 세기를 맞이하고도 4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가버린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연말연시 만큼은 그 동안 그려온 인생이라는 그림을 살펴보고, 앞으로 채워갈 여백에 염두를 둔다. 여기에서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이 무엇보다도 건강이다.
며칠 전 30대 여성이 어머니를 모시고 진료실을 찾았다. 언제부터인가 어머니가 무릎통증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몇 개월을 두고 보다가 도저히 안되겠다고 생각해 조퇴를 하고 진료를 받기 위해 모시고 왔다고 말했다.
결혼도 하지 않고 대기업에서 10여년간 직장생활을 해 온 그는 아파트를 마련하기 위해 절약한 덕분에 집도 마련했다고 했다. 이제 좀 여유가 생겨 어머니를 모시고 여행을 다니면서 호강을 시켜 드리고 싶은데 불편한 몸 때문에 그러지 못한다는 말도 곁들였다. 진단결과 환자는 퇴행성관절염이었고,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돼 약물치료로는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가장 많은 질병은 관절염이다. 고혈압이나 뇌졸중도 많지만 관절염이 가장 많이 차지한다. 이처럼 관절염 환자가 많은 것은 조기치료에 소홀한 것이 큰 원인으로 보인다.
무릎이 욱신욱신 쑤시더라도 자식들에게 신경을 쓰지 않게 하기 위해 참고 지내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마찬가지로 자식들 상당수도 조금 아프다고 하면 “늙으면 오는 증상이려니” 그저 쉽게 생각한다. 이런 마음들이 질병을 더욱 악화시키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퇴행성관절염에 대해서는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자식들 입장에서도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질병이 아니라는 말이다. 특히 조기에 치료를 받으면 상당부분 증상을 개선시킬 수 있다.
이번 연말연시에는 부모님의 관절건강을 한번쯤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저 전화로 별고 없으시냐고 말로만 묻는 안부는 의미가 없다. 부모님이 걷는 데는 문제가 없는지, 특히 계단 오르내림은 원활한지 꼼꼼하게 살펴보자. 그런 마음이 바로 인간사의 근본이 아니겠는가.
장종호ㆍ강동가톨릭병원장ㆍwww.catholichospita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