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박근혜 대통령 '기술금융' 권선주, 먼저 답했다

보증 아닌 지재권담보로 7개 기업 지원


친환경 의류용 튜브업체 폴리사이언텍을 경영하는 전승호 사장은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연초 이후 수십 군데의 금융사를 찾았다. 문턱은 높았다. 부동산 등의 담보도 없고 부채비율 역시 높아서 금융사마다 난색을 표했다.

낙담하던 전 사장에게 희소식이 전해졌다. 기업은행이 폴리사이언텍의 기술력만 믿고 지적재산권(IP) 자금 대출을 승인해줬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5월 '벤처·창업자금 생태계 선순환 방안'을 발표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주창한 '창조경제'의 핵심 실천 방안이었다. 이후 은행권은 무형자산인 기술력 담보의 IP 금융 활성화 논의를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도 다시 한번 보증 위주의 대출 관행에서 탈피, 기술력 및 발전 잠재력 등 기업들의 가치평가를 통한 대출 확대를 주문했고 이후 금융위원회는 관련 대책을 내놓았다.

그리고 한 달여가 흐른 8일, 박 대통령이 던진 화두에 최초 여성 은행장인 권선주(사진) 기업은행장이 화답했다.

기업은행은 특허 등 IP를 담보로 자금을 지원하는 'IP사업화자금대출'을 통해 총 7개 기업에 50억원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기업은행은 해당 상품을 지난달 초 500억원 규모로 출시했는데 1개월 만에 실제 대출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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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도 은행권의 IP 대출은 있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5개 업체에 대해 총 67억원의 IP 담보대출을 지원했다.

그러나 오랜 기간 기술금융 노하우를 습득해온 산업은행과 달리 시중은행에서 IP 대출이 집행되기는 기업은행이 사실상 처음이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7월 기술평가팀을 신설하고 기술평가가 가능한 9명의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IP 대출 활성화에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대출 구조는 이렇다.

부동산 같은 담보는 없고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기업이 은행에 IP 대출을 문의한다. 이후 은행의 담당 부서가 사전평가를 진행하고 한국발명진흥회를 통해 IP 가치평가를 실시한다. 여기서 기술력이 입증되면 대출이 바로 집행된다. 건당 1,500만원에 달하는 평가 수수료는 기업은행과 특허청이 전액 부담한다.

기업은행에 따르면 상품 출시 이후 총 40여개 업체가 IP 대출 문의를 해왔다. 은행은 이 중 평가를 마친 7개 기업에 50억원을 우선적으로 지원했다. 나머지 업체 중에서는 기술력 평가가 확인되는 대로 대출이 나간다.

IP사업화대출 1호 업체로는 파세코가 기록됐다. 이 업체는 석유난로와 가스레인지 등을 미국과 중동, 러시아 등에 수출하는데 과열방지센서 탑재로 자동 연소되는 기술이 지적재산권으로 인정됐다.

기업은행은 특허청·IBK캐피탈 등과 함께 300억원 규모의 IP 전문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부실화된 담보 IP를 매입하거나 우수한 IP 보유 기업에 대한 투자를 병행해나간다는 계획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기업은행이 국책은행이긴 하지만 시중은행과 업무영역이 온전히 겹치는 곳에서 실제 IP 대출을 집행하기는 처음"이라며 "기존의 실물 담보 대출 관행에서 벗어나 기술창업기업을 적극 지원해 창조금융을 확대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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