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전원생활 로망 접어? "택지지구가 있잖아"

분양가 싸고 규제도 풀려… 점포겸용은 임대 수익 가능<br>택지지구 내 단독주택용지 인기<br>수도권 3.3㎡당 400만~600만원선에 제공<br>LH, 올 28개 지구서 3475 필지 새로 공급<br>아파트 비해 되팔기 힘들다는 점은 유념해야

아파트 가격이 약세를 보이면서 재테크 가치가 떨어지고 웰빙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개성있는 단독주택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판교신도시 내 단독주택지 전경. 사진제공=LH


서울 송파구에 사는 김모씨(36)는 요즘 주말만 되면 차를 몰고 교외를 쏘다닌다. 한가하게 놀러 다니는 것이 아니다. 단독주택을 지을 땅을 물색하기 위해 남양주와 양평ㆍ성남ㆍ광주 등 서울 근교의 웬만한 전원주택지는 모두 훑었다. 2006년 결혼한 뒤 전세로 살다 2008년 대출을 끼고 문정동에 85㎡ 아파트를 구입했지만 금융비용 부담 때문에 집을 처분하기로 한 그는 다시 아파트 전세살이를 하기 보다는 단독주택을 지어 살고 싶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아파트에서 살았는데 이제 마당과 텃밭이 있는 단독주택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중에 있는 4억원으로 서울은 물론 근교에 단독주택을 짓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땅은 어떻게 구입할 수 있겠지만 건축비와 세금을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는 "강남에 있는 직장으로의 출퇴근을 고려하면 경기도 밖을 벗어나기 어렵다"면서 "부모님으로부터 금전적 도움을 받아 함께 사는 것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은 '아파트 공화국'이다. 전체 거주유형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60%가 넘는다. 높은 편의성과 환금성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탈(脫) 아파트' 바람도 거세다. 주택공급이 충분해지고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성냥갑같은 아파트 보다는 개성있는 단독주택에서 살고 싶다는 욕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전국 주택 준공실적을 분석한 결과 11월까지 사용승인(준공)을 받은 단독주택은 3만941가구로 전년 동기의 2만8,690가구 보다 7.8% 늘었다. 아파트 값이 약세를 보이면서 재테크 수단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진 것도 단독주택의 인기에 한 몫하고 있다.

하지만 김씨처럼 단독주택에 살고 싶은 열망은 단순한 '로망'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서울ㆍ수도권의 일반 택지에 단독주택을 짓기 위해서는 아파트를 구입하는 것 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단독주택의 꿈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없을까. 전문가들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택지개발지구에서 공급하는 단독주택용지를 분양받아 집을 지을 경우 기존 택지에 비해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조민이 에이플러스리얼티 팀장은 "택지지구는 녹지율이나 인구수 등이 계획돼 있어 주거환경이 좋을 뿐 아니라 택지지구의 땅값이 올라가면 단독주택의 가치도 함께 상승한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시기에 집을 짓기 때문에 커뮤니티를 형성해 건축비를 낮출 수도 있다"고 말했다.

택지개발지구 내 단독주택용지는 지난해 5.1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인기가 크게 상승했다. 5.1 대책은 택지지구 내 단독주택의 층수 제한을 완화하고 가구수 규제도 폐지하는 것이 골자다. 층수 제한 완화로 블록형 단독주택은 종전 2층에서 3층으로, 점포겸용 단독주택은 3층에서 4층까지 지을 수 있다. 또 블록형 단독주택은 한 필지당 1가구, 점포겸용 단독주택은 필지당 3~5가구로 가구수가 정해져 있었지만 이러한 제한이 사라졌다.

대책 발표 후 택지지구 내 단독주택용지를 찾는 발길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당초 5,496필지를 공급할 계획이었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6,836필지를 팔아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강성용 LH 통합판매센터 차장은 "화성동탄신도시의 경우 지난 5일까지만 해도 단독주택용지가 16필지가 남아있었는데 사흘만에 9필지가 팔려나갔다"면서 "돌아서면 팔릴 정도로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수도권 택지지구 내 단독주택용지 분양가 3.3㎡당 400만~600만원선= 단독주택용지는 용도에 따라 점포겸용과 주거전용으로 나뉜다. 점포겸용은 흔히 말하는 상가주택을 지을 수 있는 부지로 연면적의 40% 범위에서 근린생활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 지구별로 약간씩 다르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건폐율 60%, 용적률 180%, 3층 내외로 건축할 수 있다. 1층은 일반음식점 등 근린생활시설을 설치해 상가수익을 얻을 수 있고, 2~3층은 주거용주택을 지어 전세를 줄 수도 있다.

주거전용 단독주택용지는 주거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건폐율 50~60%, 용적율 80~100%, 2층 이하 규모로 전원형 주택 또는 땅콩형 주택을 지어 2가구가 함께 모여 사는 단독주택을 지을 수 있다.

민간에서 개발하는 전원주택지와 달리 LH가 공급하는 택지는 도로ㆍ도시가스 등 기반시설이 완비돼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용지 구입 조건도 민간 택지에 비해 좋은 편이다. 택지지구 내 단독주택용지는 대부분 2~5년 무이자 할부로 판매된다. 계약금 10%를 먼저 내고 6개월 단위로 할부금을 내면 된다. 자금에 여유가 있는 경우 5년 무이자 할부 토지대금을 전액 일시불로 내면 토지대금의 약 14.8%를 할인받을 수 있다.

소비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땅값은 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통상 민간 택지와 비교할 때 저렴한 수준이다. 점포겸용은 주거전용 보다 용적률이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비싸다. 서울.수도권의 단독주택용지는 3.3㎡당 400만~600만원선에 공급되고 있다. 김포 한강신도시는 3.3㎡당 분양가가 508만~560만원이고, 인천 청라는 410만~532만원, 영종신도시는 350만원선에 분양되고 있다. 용인흥덕과 화성동탄은 평균 분양가가 각각 490만원과 460만원선이다.

◇고정 임대수익 가능한 점포겸용 인기= 단독주택은 아파트에 비해 대체적으로 환금성이 떨어져 재테크 측면에서 다소 불리한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택지지구 내 단독주택용지를 구입하려면 철저히 실수요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조민이 에이플러스리얼티 팀장은 "단독주택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파트에 비해서는 제한적이고 주차ㆍ보안문제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면서 "분양가가 적절한 지를 꼼꼼하게 따져보고 구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에 따라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는 곳도 있다. 판교신도시가 대표적이다. 판교신도시 내 단독주택용지는 2007년 3.3㎡당 평균 800만원선에 분양됐지만 지금은 900만~1,200만원선으로 가격이 올랐다. 광교신도시도 분양 당시 3.3㎡당 600만원대에 분양됐지만 현재 시세는 700만~850만원선에 형성돼 있다.

다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분양 당시 보다 프리미엄이 떨어지고 거래도 뜸한 상황이다. 판교신도시 인근의 S공인 관계자는 "아파트 프리미엄도 떨어지고 있는데 단독주택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면서 "금융비융을 감당하지 못한 땅주인들이 분양가 수준의 급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매수 문의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택지지구 내 단독주택용지가 재테크 측면에서 유리한 요소도 있다. 아파트의 경우 재건축을 하려면 많은 주민들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단독주택은 손쉽게 리모델링을 할 수 있어 자산 가치를 높일 수 있다. 특히 집 이외의 다른 건물을 지을 수 없는 주거전용과 달리 점포겸용의 경우 1~2층에 상가를 분양해 고정적인 임대수입 확보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점포겸용 단독주택용지의 인기는 상종가다. 5.1대책 발표 후 분양에 들어간 충주기업도시 '넥스폴리스' 단독주택용지의 경우 최고 84대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이면서 모든 필지가 분양됐다. 지난해 11월 인천 청라지구에서 공급된 점포겸용 14개 필지도 100% 분양됐다.


◇LH, 2,300여 필지 수의계약으로 분양=LH는 올해 전국 28개 지구에서 3,475필지(172만㎡)의 단독주택용지를 새로 공급한다. 서울ㆍ수도권에서는 이달 중으로 남양주 별내신도시와 인천 청라에서 각각 115필지와 102필지가 공급되고, 4월에는 화성동탄일반산단에서 34필지를 분양한다. 이어 11월에 위례신도시에서 196필지가 공급된다. 관심을 끄는 세종시에서도 5월 18개 블록이 공급하고 8월에 추가로 839필지를 공급한다. 위례신도시와 세종시의 경우 전량 이주자용 택지다. 택지 보상자들에게 우선 공급하고 남은 물량을 일반 분양한다. 분양가는 감정평가를 거쳐 분양시점에 공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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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공급 외에도 지난해까지 팔다 남은 택지도 수의계약으로 공급한다. 서울의 노른자위 땅인 강남 보금자리지구에는 주거전용 단독주택용지 23필지 가운데 6필지가 아직 남아있다. 분양가는 3.3㎡당 1,362만~1,412만원으로, 250㎡짜리를 분양받으려면 10억3,000만원이 든다. 2년 분할 납부조건이다. 김포 한강신도시에도 268~527㎡ 311필지가 남아있고, 용인구성과 흥덕지구에는 각각 18필지와 9필지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LH가 수의계약으로 공급하는 단독주택용지는 모두 합쳐 10일 현재 2,300여 필지에 이른다.




■ 집 짓는데 비용은 얼마나


판교, 건평 150㎡규모 10억선… 김포한강·용인흥덕은 4억~5억

택지지구 내에서 단독주택을 지으려면 비용이 얼마나 들까.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하는 택지개발지구 내 단독주택용지 분양가격은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수도권의 경우 3.3㎡당 500만원 안팎이다. 주거전용의 경우 김포한강신도시와 용인흥덕이 상대적으로 비싸고 용인구성이나 남양주진접, 인천영종ㆍ청라는 평균 400만원대로 싸다.

현재는 분양물량이 없고 기존 분양 물량을 구입해야 하는 판교신도시에 대지면적 230㎡, 건평 150㎡ 규모의 단독주택을 지을 경우 10억원이 조금 넘게 든다.

우선 땅값은 현 시세인 3.3㎡당 1,000만원을 주면 7억원 정도 소요된다. 건축비는 마감재나 인테리어에 따라 차이가 크지만 통상 3.3㎡당 500만~700만원대에 짓는다. 600만원으로 잡으면 2억7,000만원의 건축비가 필요하다. 땅값과 건축비만으로 9억7,000만원이 들어가는 셈이다.

여기에다 설계비와 조경비, 세금이 붙는다. 설계비는 보통 1,000만~2,000만원 정도가 든다. 유명 교수나 건축가에 의뢰하면 3,000만~5,000만원까지 올라간다. 취ㆍ등록세 등 등기비용도 만만찮다. 취ㆍ등록세는 토지와 건물분에 대해 모두 내야 한다. 토지가격의 4.6%, 건축공사비의 2.2%다. 땅값 7억원에 건축비를 2억7,000만원을 들였다면 3,800여만원의 취ㆍ등록세를 내야 한다.

조경비도 추가된다. 고가의 소나무 등을 심지 않고 기본으로만 해도 2,000만~3,000만원 정도 든다. 이를 모두 합할 경우 10억4,000만~10억6,000만원 정도가 필요하다.

단독주택 전문업체인 동화SFC하우징의 한 관계자는 "판교의 경우 고소득자가 많아 집을 고급스럽게 짓는 경향이 있다"면서 "건축비가 평당 1,000만원이 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운중동ㆍ백현동ㆍ판교동 등 서판교 일대는 한껏 멋을 부린 단독주택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고급 주택단지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땅값이 비싼 판교가 아니라면 비용은 크게 줄어든다. 판교에 비해 땅값이 절반 정도인 김포한강신도시와 용인흥덕은 4억~5억원이면 지을 수 있다. 남양주진접이나 용인구성, 파주교하 등에서는 4억원 미만으로도 가능하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서울 근교 신도시의 단독주택용지는 땅값이 저렴하지만 교통 접근성이 떨어지고 기반시설이 아직 미비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행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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