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임기만료와 잇단 사고에 당국 눈치만 봐

서민대출 줄이고 신성장동력 찾는 일 없어

내부 갈등에 혼란만 더 커져

"금융지주사 회장들은 요새 사회공헌만 다니는 것 아닙니까."

금융인들은 요즘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안 보인다고 곧잘 말한다. 선제적인 대출금리 인하나 '원샷인사' 같은 일은 물론이고 금융사가 당국 정책을 선도적으로 이끄는 일은 찾아볼 수가 없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서울경제의 '리빌딩파이낸스2014' 기획과 관련해 기자와 만나 말한 것처럼 금융회사 CEO, 특히 대형 금융지주회사 수장들은 너무 치고 나가는 힘이 없, 축소 지향적이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금융회사 CEO가 아니라 초등학교 선생님 같다"는 말까지 꺼냈다.

실제로 금융권을 이끄는 KB·우리·신한·하나 같은 대형 금융지주사 CEO들은 한결같이 새로운 영역 개척이나 혁신 없이 금융 당국의 눈치만 보고 있다. 금융사를 이끌어야 할 당국이 제 역할을 못하는 부분도 있지만 최근의 모습은 금융사의 책임이 크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곤두박질치는 수익에 대한 대안이나 선제적인 점포와 인력 구조조정은 전혀 보이지 않고 중장기적인 경영계획도 찾아보기 힘들다. 금융사 CEO의 임기만료가 다가오고 잇달아 사고가 터지면서 새로운 영역 개척보다는 공무원보다 더 복지부동하고 있는 것이다.

KB만 놓고 봐도 최근 잇단 사건 사고에 보다 더 적극적인 리더십이 요구된다는 반응이 많다. KB 관계자들은 "금감원의 집중 검사를 받다 보니 내부적으로는 사실상 새로운 일은 손도 못 대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럼에도 보다 적극적이고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경영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일부에서는 임영록 KB지주 회장의 지도력이 너무 유순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대대적인 쇄신인사나 내부통제 강화 같은 일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최근 우리파이낸셜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기는 했지만 본게임인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뒷심을 발휘해아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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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비은행이 약한 KB가 한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우리투자증권 인수가 절실할 것"이라며 "금감원 검사와 잇단 사고로 KB 경영진이 정신은 없겠지만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 만큼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사실상 검사가 끝난 하나금융 측도 한동안 숨만 죽이고 있었다. 금감원이 김승유 전 회장의 고문계약과 그림 문제 등을 물고 늘어지면서 어려움이 겹쳤다. 하나금융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의 수검을 받다 보니 외부로 드러나는 일을 하기가 쉽지 않아 그렇게 보였던 것일 것"이라며 "경영진이 신규 영업전략에 대한 고민은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본격적인 민영화 작업을 하고 있는 우리금융도 상황은 비슷하다. 최근 우리은행은 연말 임원인사 범위를 최소로 줄였다. 민영화 성공 여부에 따라 조직의 향배가 달라질 수 있는 탓이다.

해당 금융사는 거대 조직이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일부 CEO 임 기문제나 사고는 걱정할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의 평가는 다르다.

금융권의 고위관계자는 "박근혜 정부 들어 기술평가와 벤처·신생기업 지원을 강조하지만 실제로 은행이 변한 게 뭐가 있느냐"며 "최근에는 금감원의 검사가 이어지고 금융지주 CEO들의 임기가 만료되면서 복지부동이 너무 심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 전직 시중은행장은 "과거 은행장들이 보여줬던 카리스마나 내공, 금융시장을 바라보는 큰 눈을 요새 CEO에게서 찾아보기 힘들다"며 "지주회장은 은행일에 사사건건 간섭하고 은행장은 부행장처럼 영업이나 경영수치 등에만 일일이 신경을 쓰다 보니 큰 그림을 볼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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