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물가불안에 경기후퇴 겹치나

물가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 들어 전반적인 경기마저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어 경제전망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물가안정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근원물가 상승률이 3.5%로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구나 가스 요금을 비롯해 전기ㆍ지하철 등 각종 공공요금이 잇달아 인상될 예정이어서 체감물가가 크게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기선행지표를 비롯한 각종 경기지표들은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이후 경기지수와 광공업생산 등 실물지표들이 일제히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순항하던 경기가 한풀 꺾이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의 이 같은 경기둔화 조짐에 대해서는 경기회복 기조 속에 나타나는 일시적 약세인 '소프트 패치'라는 진단이 우세하다. 중동불안, 일본 대지진, 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적 불안요인들의 복합적인 작용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며 6월부터는 주요 지표들이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대외 불확실성 등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데다 물가상승에 따른 구매력 감소 등으로 경기둔화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미국과 유럽의 경제회복이 본격화되고 물가불안이 해소되지 않고서는 본격적인 경기회복은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낙관도 비관도 어려운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위험수위에 이른 가계부채와 높은 물가상승 등을 감안할 때 부정적인 요인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더 심각한 문제는 물가안정이든 경기회복이든 정책선택의 폭이 매우 좁다는 점이다.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금리인상을 늦출 경우 물가불안이 가중될 것이 확실하고 반대로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인상에 나설 경우 경기후퇴에다 가계부채 부실화 위험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가계부채에 금리정책의 발목이 잡힌 형국이다. 이런 때일수록 정책의 우선순위를 분명히 함으로써 한가지라도 확실하게 잡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로서는 물가불안의 경우 해외발 비용상승 요인이 강하고 이 경우 정책대응이 어렵다는 점에서 물가보다는 경기회복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으로 판단된다. 물가안정을 위해 섣불리 금융긴축의 고삐를 죄다가 물가도 놓치고 경기도 죽이는 최악의 상황은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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