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10만원권 발행 논할때 아니다

최근들어 10만원권 고액지페 발행을 둘러싸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사실 10만원권 발행은 어제 오늘에 이르러 비롯된 새삼스런 이슈가 아니다. 10여년전부터 간헐적으로 논란을 불러 일으켜 온 통화문제 가운데 하나다. 그때마다 반대론에 밀려 흐지부지 되곤 했지만 이번에는 갑자기 힘을 얻으면서 만만치 않은 세(勢)를 형성하고 있다. 경기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소비진작의 한 방편이라는 명분을 얻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전철환(全哲煥)한국은행 총재가 국회재경위의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를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이 필요이상으로 증폭된 느낌이다. 10만원권 찬성론자들의 논거(論據)는 고액지폐가 갖고 있는 특성이다. 우선 수표를 사용할 때는 뒷면에 이서를 해야 하나 지폐는 이같은 불편이 없어 심리적인 부담감을 덜어준다는 것이다. 수표추적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때문에 소비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계층에 안도감을 주어 소비를 촉진시킨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경제규모가 확대된 만큼 고액권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또 10만원권 수표는 한장당 27원의 발행비용과 2~3회 회전하면 사용하지 못하는 불편함, 금융기관 추심, 교환수수료 등 각종 관리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경제의 현실에 비춰 볼때 고액권은 아직도 시기상조다. 실익도 없다. 현재 바닥까지 내려간 소비가 고액권 발행으로 되살아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지만 가계마다 파탄일보직전인 상황하에서 얼마나 소비에 나설 수 있겠느냐 하는 것도 의문이다. 부유층을 겨냥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기대도 불투명하다. 오히려 소비촉진이라는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기대심리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뇌물액의 급증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 일본은 환율상 차이가 있지만 물가수준으로 보아 우리의 약 1만원에 해당하는 1만엔짜리가 가장 고액권이다. 미국은 1백달러짜리 지폐를 소지하고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으며 지출은 신용카드로 하는 것이 일상화 돼 있다. 따라서 고액권 발행은 그렇지 않아도 신용경색인 우리나라에 신용사회 정착을 더디게 할 뿐이다. 지금은 고액권 발행을 논할 시기가 아니다. 소모적인 논란일 뿐이다. 가계의 건전소비를 유도, 내수(內需)를 일깨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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