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1㎏ 골드바 완성까지 정련 등 20단계나…

■ KRX금시장 적격생산업체 가보니

조폐공사 검수 뒤 품질인증 라벨 붙여 유통

'장외 탈세'탓 거래부진… 활성화 대책 나와야

삼덕금속의 한 직원이 고철 스크랩, 주얼리 부산물, 잡금 등 다양한 방법으로 모은 금 조각을 금괴 모양의 틀 안에 넣기 위해 녹이고 있다. /사진제공=한국거래소

지난 3일 인천 남동공단에 위치한 KRX금시장 적격금지금생산업체 삼덕금속 공장은 골드바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화학약품 냄새와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귀금속 부산물은 소각로부터 시작되는 수많은 공정을 거치면서 차츰 골드바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KRX금시장은 3월24일 개장했고 현재는 6개의 적격생산업체가 KRX 적격 골드바를 생산해 KRX금시장에서 매매하고 있다. 1㎏의 KRX 포나인(순도 99.99%) 골드바가 생산돼 KRX금시장에서 거래되기까지는 20단계가 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우선 전기·전자제품에서 나오는 산업용 스크랩은 약품처리를 해 금만 추출할 준비(박리 과정)를 하고 귀금속 부산물 등은 소각로에서 태워 그 재를 모아둔다. 24k 고금과 18k·14k 잡금도 용융한다. 불순물과 함께 섞여 있는 것을 왕수처리하고 여과해 금 성분만 추출한다. 왕수(Aqua regia)는 연금술사들이 '금속의 왕인 금을 녹이는 물'이라 하여 붙인 이름인데 사실 화학적으로는 염산과 질산을 3대1로 섞은 혼합용액이다. 왕수 과정을 통해 흙덩어리처럼 생긴 금가루덩어리를 모을 수 있는데 이를 1,000도가 넘는 고온으로 녹여 99.9%의 금덩어리를 만든다. 여기까지가 1차 정련 과정으로 KRX금시장에서 거래되기 위해서는 금의 순도가 한 단계 더 높아야 한다. 2차 정련 과정에서는 1차 정련 과정에서 만들어진 금덩어리에 1V의 약한 전압을 3일 동안 흘려줘 순도를 99.99%로 끌어 올린다. 이후 세척·여과·건조·용해 과정을 또 거치고 나서야 1㎏ 포나인 골드바를 얻을 수 있다. 이 골드바의 일부를 떼어내 한국인정기구(KOLAS)의 인증을 받은 ICP파괴검사를 실시해 순도가 99.99%인지 테스트한다.


일반 금괴는 여기서 과정이 끝나고 유통되지만 KRX금시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한 단계가 더 남았다. 유압 프레스로 500톤의 압력을 가해 KRX와 생산업체인 삼덕금속의 회사 로고를 새긴다. 위변조 방지기술도 이때 함께 적용된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이미지가 표현되는 '잠상(潛像) 기법'과 특수한 렌즈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렌티큘러 기법'이 적용되는 것이다. 또 레이저를 통해 금에 일련번호와 연계한 별도의 관리번호도 새겨진다. 이렇게 완성된 골드바는 바로 한국예탁결제원으로 옮겨져 한국조폐공사의 검수를 받은 뒤 품질인증 라벨이 붙여진다. 예탁결제원에 예탁되면 적격생산업체인 삼덕금속은 KRX금시장에서 매도주문을 내고 개인투자자나 KRX금시장 일반회원인 증권사들이 매수를 할 수 있게 한다. 개인투자자는 일반회원인 9개 증권사를 통해 1㎏ 단위로 금 실물을 인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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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복잡하고 힘든 과정을 거쳐서 일반 투자자에게 금이 전달되지만 KRX 적격금지금생산업체에는 사실 남는 게 없다. 장외 금시장에서는 부가세를 내지 않는 것이 관행처럼 이어지다 보니 KRX금시장의 거래가 부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일 기준으로 1㎏ 실물 골드바를 구입할 때 KRX금시장은 4,769만1,280원으로 골드뱅킹(4,962만593원)과 장외유통업체(4,961만8,000원)보다 쌌지만 일평균 3.7㎏밖에 거래가 되지 않고 있다. 일평균 거래량이 3.7㎏뿐이니 삼덕금속은 하루 100㎏까지 생산할 수 있지만 1~2㎏을 생산하는 것이 보통이고 많아야 5~6㎏ 정도 생산한다.

최팔규 삼덕금속 회장은 "합법적으로는 소비자가 서울 종로 귀금속 상가에서 금을 살 때 국제 금시세의 10%를 부가세로 내야 하지만 부가세를 내는 사람은 드물고 귀금속 업자들은 이를 이용해 수수료를 더 챙겨가고 있어 세수가 비고 소비자 입장에서도 더 많은 돈을 내고 금을 사가는 구조가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관행을 철폐하기 위해 KRX금시장이 만들어졌지만 상인들이나 소비자들이나 KRX금시장을 외면하고 있어 KRX금시장 적격생산업체로서 투자를 많이 했지만 손에 남는 건 아직까지 없다"고 전했다.

한국거래소도 KRX금시장에서 금거래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공도현 한국거래소 금시장운영팀장은 "생산업체의 브랜드별로 매매가 가능한 협의대량매매를 조만간 시행할 것이고 대형 생산업자들에게 위탁 받은 유통업자들이 자신들의 명의로 매매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조만간 적용할 예정"이라며 "KRX금시장에서 투명하고 안정하게 거래될 수 있다는 점이 널리 알려지면 KRX금시장을 통해 관행처럼 이어져 오는 탈세거래도 양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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