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심층진단] 원·달러환율 급락

"수출위축 우려" 경기회복세 찬물>>관련기사 올들어 원유 등 국제원자재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들어서는 원화가치 마저 오름세를 보여 기업들을 바싹 긴장시키고 있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기업의 원가는 높아지는 반면 원화로 표시되는 매출은 오히려 줄어 기업의 수익성은 악화될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전경련 회장단은 지난 9일 정례 회의를 갖고 정부에 환율을 안정적으로 운용해 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원ㆍ달러 환율이 하락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4월 중순부터. 그 이전까지만 해도 원ㆍ달러 환율은 외국인 주식매도 자금의 영향 등으로 소폭의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미국 달러화가 엔, 유로 등 주요국 통화에 대해 약세를 나타내자 원화가치도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원ㆍ달러 환율은 지난 4월15일부터 마치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듯 계속 떨어졌다. 지난 주말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달러당 1,280원으로 마감했다. 이는 연중최고치인 지난 4월 12일의 1,332원에 비해 3.9%나 하락한 것이다. 원ㆍ달러 환율 연중최저치(종가 기준)는 지난 5월7일의 1,279원50전. 최근 들어 외국인들의 주식매도에 따른 달러화 수요도 만만치 않았지만 엔화강세 여파로 원ㆍ달러 환율은 계속 내리막길을 치닫고 있다. ◇원ㆍ달러환율 더 떨어질 듯 최근의 원화 강세는 달러화 약세에서 비롯됐다. 달러화는 지난 4월부터 엔, 유로 등 주요국 통화에 대해 하락세를 지속해 왔다. 이는 무역적자 확대로 미국의 경상수지가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지만 최근 들어 미국으로의 자본유입이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그동안 경상수지가 적자를 나타냈지만 자본유입에 힘입어 '강한 달러'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은 달라졌다. 엔론 사태를 계기로 미국의 회계관행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미국으로의 자본유입은 주춤해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미국 주식이나 채권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서 달러화 약세기조가 굳어지고 있다. 달러화 약세는 오는 8월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인상해야 어느 정도 진정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달러 약세가 진정되더라도 원화는 자체적인 상승요인을 안고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우선 국내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국가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되면서 우리 경제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정부도 원ㆍ달러 환율 하락을 불가피한 것으로 인정할 정도다. 민간경제연구소들은 대부분 연내에 원ㆍ달러 환율이 1,240~1,250원 수준으로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출 및 성장률은 위축, 물가상승은 둔화 기대 원ㆍ달러 환율은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을 동시에 가져 온다. 원화가치가 높아지면 먼저 수출이 위축되면서 성장률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무역협회가 최근 수출업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10.7%의 기업이 이미 적자를 보며 수출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수출 증대는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만큼 경제 회복은 수출이 본격적으로 살아나야 가능하다. 따라서 환율하락으로 수출이 타격을 받게 되면 성장률도 다소 하향조정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원화강세가 반드시 부정적인 영향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원화가치가 높아지면 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은 떨어지기 때문에 물가인하요인으로 작용한다.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원화가 외국통화에 대해 10% 절상될 경우 생산자물가는 2.8%, 소비자물가는 1.8%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환율 변동은 약 1개월의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최근의 원ㆍ달러 환율 하락은 오는 6월부터 물가를 떨어뜨리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의 원ㆍ달러 환율 하락은 원유 등 국제원자재 가격상승에 따른 물가불안 압력을 다소 누그러뜨리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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