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성공적 삶의 경영을 위해

경영자 생활을 하다가 지난 96년에 회사를 떠난 적이 있다. 심신이 지치고 더 이상 이렇게 사는 것은 나뿐만 아니라 회사에도 아무런 도움이 안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처음의 목표는 재충전ㆍ재무장을 한 뒤 다시 기업 현장으로 복귀해 더 능력 있는 최고경영자(CEO)로서 인생을 살아보는 것이었다. 막상 회사를 떠나 보니 회사도 더 잘 보이게 되고 나도 더 잘 보이는 것이 아닌가. 그런 과정에서 필자는 그동안 잃어버렸던 내 자신을 발견했다. 회사 경영자로 돌아가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 밖에서도 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음을 알게 됐다. 친구의 권유로 멘토링과 코칭 공부를 하게 되고 그와 관련된 회사를 친구와 함께 세웠다. 지금은 경영자 코칭을 가르치고 있다. 회사가 더 큰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제도와 전략을 새로 짜게 된다. 하지만 제도와 전략만 바꿔서는 변화가 지속되고 정착되기 어렵다. 개인의 변화가 전제돼야 변화가 지속될 수 있다. 개인이 변화하려면 계기와 에너지가 필요하다. 경영자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사고가 경직되고 유연성을 잃기 쉽다. 신체적, 정신적으로도 에너지가 고갈되기 쉽다. 이런 경영자가 자기 변화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남이 가르쳐서는 잘 되지 않는다. 자기 나름대로의 성공 체험이 새로운 학습의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은 꿈을 이룬 중년 이후의 경영자는 더 큰 꿈과 새로운 변화를 위해 외부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 도우미가 바로 경영자 코치이다. 해법은 경영자 스스로 갖고 있지만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스스로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에 경영자 코치가 필요한 것이다. 경영자의 더 큰 성취 욕구는 더 큰 성과 달성의 목표 추구로 나타난다. 하지만 대화를 깊이 해보면 일과 삶의 균형을 통해서 보람 있는 인생을 살고 싶은 개인의 절실한 욕구가 그 밑에 있음을 종종 발견한다. 그러한 개인의 욕구를 건드려 새로운 에너지를 창출하는 것이 조직의 성과 달성으로 가는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체험적으로 확신하고 있다. 경영자들은 성공 과정에서 밖의 기대에 자신을 맞추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며 살아간다. 그러다 보니 자기 안에 깊숙이 있는 고유한 잠재력을 만나는 경험을 자주하지 못한다. 조직이 부여한 역할에 성공한 내가 나 자체는 아니다. 경영자가 이것을 깨달아야 자신의 진정한 욕구를 볼 수 있다. 성공 과정에서 자신 내면의 욕구에 소홀했다는 깨달음이 중요한 계기를 제공한다. 그래야 일과 삶의 건강한 균형을 통해 조직의 요구와 개인의 욕구가 나란히 존재하는, 즉 조직과 개인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이 생긴다. 멘토링과 코칭이 잘 정착된 회사로 손꼽히는 GE의 잭 웰치 전 회장도 입사 후 간부가 될 때까지는 ‘도살자 잭(Butcher Jack)’이라는 악명을 들은 적이 있다고 한다. 인원 삭감을 통한 구조조정의 귀재라고 인정받은 것이다. 그러한 잭 웰치도 최고경영자가 돼서는 ‘코치 잭(Coach Jack)’이라고 불리는 것을 가장 영광스럽게 여겼다고 한다. 스파르타식 훈련 방법이 보편적이었던 시대에 이룩한 83년 멕시코 청소년축구 4강 달성은 그 시대에는 충분히 감동적이고 경이로운 업적이었다. 그러나 박지성과 차두리가 뛰었던 2002년의 월드컵 4강 달성은 히딩크의 코칭 리더십 덕분이 아니었을까. 재미, 1:1 맞춤지도 방법, 선후배간 수평적 의사소통, 과학적 자기개발 지원 등이 성공의 원인이 아니었을까. 스포츠 코칭과 비즈니스ㆍ경영자 코칭은 엄연히 내용과 상황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멕시코 4강과 월드컵 4강을 있게 한 서로 다른 리더십 스타일을 종종 인용하고는 한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다른 리더십 스타일이 요구되는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