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5월 1일] 노동절과 '노동정치'

[시론/5월 1일] 노동절과 '노동정치' 신광영(중앙대 교수ㆍ사회학) 5월은 잔인한 달이다. 4월이 잔인한 달이라고 영국의 시인 T S 엘리엇이 말했지만 한국에서는 5월이 더 잔인한 달이다. 각종 정치적인 사건들이 5월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사건들은 많은 희생과 고통을 동반했다. 세계사적으로도 5월은 잔인한 달이다. 5월의 시작은 노동절로 시작된다. 19세기 말 8시간 노동을 외치며 등장한 노동운동은 100년이 더 지난 오늘날에도 울림이 있는 운동으로 남아 있다. 아직도 많은 나라에서 노동자로 살아가는 것이 고단하고 강퍅하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의 이해 추구는 한편으로는 노동조합의 형태로,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자 정당의 형태로 나타났다. 노동조합은 개인적인 수준에서 고용주에 대등한 힘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조직을 만들어 자신들을 방어하기 위한 자기방어적인 노동시장 조직으로 등장했다. 반면에 노동자 정당은 보다 적극적으로 노동자들의 이해를 증진시키고 정책적으로 노동계급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조직이다. 노동자 정당도 다른 정당과 마찬가지로 민주적 선거를 통해 다수의 지지를 얻어 권력을 장악하는 정치조직이다. 지난 20년 동안 노동자들의 권익 향상을 위한 노동조합운동과 정당운동이 한국에서도 발전했다. 지난 1995년 기존의 한국노총 외에 민주노총이 새로 결성됐고 2000년 민주노동당이 창당됐다. 한국 노동자들의 이해를 노동시장과 정치 차원에서 대변하는 조직적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노동조합 운동과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2004년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이 선거제도의 변화에 힘입어 13.1%의 지지를 얻는 성과를 보였지만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 이른바 노동자를 대변하려는 정당들의 지지는 오히려 낮아졌다. 서구에서 나타나는 사회발전은 우파와 좌파의 경쟁을 통해 이뤄졌다. 누가 시민들의 삶의 질과 복지를 위해 더 나은 이념을, 더 실천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를 둘러싸고 이뤄진 좌파와 우파의 경쟁이 서구 근대 정치사의 핵심이다. 이러한 경쟁 과정에서 노동자 경영참여와 같은 산업민주주의가 발전했고 각종 사회복지정책을 통해 사회적 시민권이 강화됐다. 좌파와 우파의 민주적 경쟁이 유럽의 복지국가와 산업체제를 만들어냈던 것이다. 노동정치의 저발전은 한국 사회의 건전한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민의 다수를 이루는 노동자들의 이해를 정치적으로 제대로 대변하는 정당이 발전할 때 선거를 통한 민주적 경쟁을 통해 경쟁적으로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당들 사이의 경쟁이 이뤄질 수 있다. 한국 노동정치의 발전을 위해 노동운동의 침체와 노동자 정치세력화 실패에서 나타난 문제들에 대한 이해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노동운동 침체의 원인은 근본적으로 노동조합이 시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기업별 노조체제에서 기업 정규직에 한정된 이해만을 추구하는 노조활동(파업을 포함)이 많았기 때문에 일반 시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실패는 유권자들의 관심과 이해를 제대로 읽지 못했고 관심과 이해를 충족시킬 수 있는 신뢰와 믿음을 주지 못했다. 심지어 노동자들조차 노동자들을 대표하려는 정당에 표를 던지지 않았다. 더욱이 노동조합의 조합원들도 노동자 정당에 표를 던지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노동절로 시작되는 5월. 한국에서 노동정치가 제대로 발전돼 선진국의 틀이 마련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그것은 한국 사회가 병리적인 사회에서 정상적인 사회로 나아가는 길이며 건전하고 균형 잡인 사회로 발전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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