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개성공단과 영웅시대

정민정 정보산업부 기자 jminj@sed.co.kr

[기자의 눈] 개성공단과 영웅시대 정민정 정보산업부 기자 jminj@sed.co.kr 정민정 정보산업부 기자 최근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고 이병철 삼성그룹 전 회장을 주인공으로 한 MBC 특별기획드라마 ‘영웅시대’가 월화 드라마 시청률 1위의 자리를 굳히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특히 최근 경기불황으로 정 명예회장(일명 왕회장)의 불도저식 리더십에 강한 향수를 느끼는 이들이 많아진 탓인지 한 인터넷 사이트가 영웅시대 주인공들을 놓고 벌인 인기 조사에서 고 정 회장이 42.25%(461명)로 ‘가장 존경하는 인물’에 올랐다고 한다. 정 회장에 대한 향수는 남북경협의 중요한 단초 중 하나인 개성공단사업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은 최근 동북아연구회 창립총회의 기념연설에서 “정 회장이 남북경협에 바친 열정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며 “남북경협사업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사실 남북경협의 중요한 단초를 마련한 이들의 업적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이제는 과거의 향수를 접고 앞으로 사업을 벌일 업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로만손, 에스제이테크, 제씨콤 등 15개 중소기업들은 지난 6월 개성공단 시범단지 입주업체로 선정, 이르면 연말부터 북한에서 제품을 생산하게 된다. 이들은 개성공단 사업이 경기침체ㆍ인력난ㆍ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이라는 사명감을 안고 개성공단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이들은 실제 사업추진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전략물자 반출입 문제라든가 원산지 표기 문제, 사회 기반시설 구축 문제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당국은 남북경협의 모양새에 신경을 쓰느라 업체들에게 입조심을 당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모 입주업체 사장은 “개성공단 입주 업체라는 명목으로 여기저기 불려다니는 것도 사업하는 입장에서 힘든 일인데 통일부 등 정부 관계자들이 입조심을 시켜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또 다른 입주업체의 실무자는 “당국자들과 모임을 갖다보면 당국은 실제 사업에 필요한 문제점들에 신경쓰기 보다는 모양새 관리에 치중하는 인상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물론 정부나 현대아산의 입장에서는 개성공단 사업이 갖는 의미가 남다를 수 있다. 그러나 개성공단에 들어가 공장을 짓고 직원들을 고용해 제품을 만들어나가는 주체가 누구인지를 생각하면 모양새나 명분보다는 개성공단 입주 업체들이 겪는 어려움을 먼저 헤아리는 것이 순리다. 당국과 현대아산은 ‘영웅시대’의 향수에 사로잡혀 미래를 보지 못하는 ‘우(愚)’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입력시간 : 2004-08-27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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