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면 연말정산 결과를 통보 받은 자들의 '희로애락'이 가감없이 드러난다. 이때만큼 기쁨과 즐거움, 슬픔과 화남의 감정이 극명하게 엇갈릴 때가 있을까. 극단의 감정에 지친 나머지 가끔은 "속 편하게 아예 연말정산이란 게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연말정산은 과세당국에서 매월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한 후 이미 낸 세금을 정산하는 절차를 말한다.
쉽게 말해 세금을 정산해서 많이 낸 세금은 돌려 받고 덜 낸 세금은 추가 납부해 세금의 들어옴과 나감을 정확히 계산하자는 거다.
재미있는 것은 연말정산이란 '게임'에서는 아는 만큼 더 많은 점수(환급)을 딸 수 있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서 연말정산을 잘 받는 방법이란 게 있다. 이 비기를 아는 사람에게 연말정산은 '13월의 월급'이 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13월의 카드명세서'가 된다.
이번 주 금융트렌드에서는 현명한 연말정산에 대해 알아봤다. ◇카드사용자라면 일단 '25% 룰(rule)'부터 기억=간단한 사례부터 살펴보자.
연봉 4,000만원을 받는 직장인 이동건(가명)씨는 올해 총 1,500만원을 지출했는데 신용카드로 1,000만원, 체크카드로 나머지 500만원을 긁었다. 그는 올해 150만원을 소득공제받는다. 연봉의 25%(1,000만원) 이상 사용금액(500만원)에 체크카드 공제율 30%를 적용한 금액이다.
반면 같은 연봉을 받는 양지환(가명)씨는 지출금 전부를 신용카드로 결제했다. 그의 소득공제 금액은 75만원에 불과했다. 신용카드 공제율(15%)이 체크카드의 절반밖에 안되기때문이다.
결국 카드사용자라면 25% 룰을 기억하고 체크카드가 소득공제율이 높다는 점도 숙지해야 한다. 소득득공제는 연봉의 25%를 초과한 금액에 적용된다. 만약 카드지출액이 25%를 넘으면 그 다음부터는 소득공제율이 높은 체크카드를 사용하는 게 유리하다.
◇따로 사는 부모님도 대상 포함=주민등록부에 같이 등재돼 있지 않은 부모님은 소득공제가 가능할까. 대답은 '그렇다'다.
대다수 사람들은 같이 살지 않으면 부모님 공제가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따로 살더라도 매월 생활비를 보태거나 실제로 부모님을 부양하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참고로 연말정산에서 소득공제 항목이 가장 큰 것이 부양가족공제다.
사정이 어려우면 공제한도가 늘어난다. 일단 부모님이 중증을 앓고 있으면 기본공제(1인당 150만원)을 받는다.
또 연세가 많으면 경로우대공제(1인당 100만원)가 가능하고 장애등급 판정을 받으면 1인당 200만원까지 공제된다.
◇바뀐 세법, 반드시 기억해야=올해부터는 주거용 오피스텔도 소득공제 대상이다. 전세보증금과 월세를 포함해 주택임차를 위해 일으킨 대출금의 원리금 상환액까지, 소득공제를해준다. 다만 단서가 있다. 소득공제 대상은 올 8월31일 이후 지급분에 한정된다. 또 주택규모는 85㎡ 이하만 대상이다.
무주택 세대주여야 하며 연봉은 5,000만원이 넘으면 안 된다. 대신 작년까지만 해도 40%였던 월세 소득공제율은 올해부터 50%로 확대됐다.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교육비 항목도 늘었다. 기존에는 초·중·고등학교 급식비와 방과 후 수업료 등만이 가능했지만 올해부터는 학교에서 구입하는 방과 후 교재비도 포함됐다. 어린이집, 유치원도 동일항목에 대한 소득공제가 가능하다.
◇알아두면 좋은 연말정산 전략=맞벌이 부부의 경우 소득이 많아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배우자에게 연말정산을 몰아주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직계존속, 형제자매 등 부양가족에 대한 소득공제는 금액이 크기 때문에 그만큼 절세효과도 크다. 단, 부양가족에 대한 소득공제는 맞벌이 부부 중 1인만 공제 받을 수 있다.
한 부모 소득공제도 신설됐다. 배우자 없이 20세 이하 자녀가 있는 한 부모 가정에는 연 100만원을 추가로 공제해준다. 다만 배우자 또는 부양가족이 있는 여성에게 연 50만원을 공제해주는 부녀자공제와는 중복 적용은 안 된다.
이밖에 장기간 해외에서 근무하는 선원들의 열악한 환경을 고려해 국외근로소득의 비과세 한도도 종전 월 2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인상됐다.
또 국외근로자에 한해 월 300만원씩 비과세 혜택을 주는 해외건설 근로자 범위를 해외건설현장 감리업무 수행자까지로 확대했다.
또 1년 간 신용카드 등으로 결제한 대중교통 비용의 30%를 최대 100만원까지 공제 받을 수 있다. 만약 한달에 약 30만원 가량 대중교통비로 사용했다면 최대 한도인 100만원을 공제 받는다.
◇연말정산 일정 미리 체크해두자=연말정산 업무일정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바쁘다는 이유로 연말정산 타이밍을 놓치면 13월의 월급을 고스란히 날리는 우를 범할 수 있다.
12월이 되면 회사는 근로자에게 연말정산 일정과 정보를 통보한다. 근로자는 연말정산간소화서비스 홈페이지에서 소득공제 증명자료를 확인한 뒤 1월15~20일 사이에 관련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과다공제도 주의해야 한다. 과세당국은 연말정산 신고가 끝나면 정밀분석을 통해 과다 공제자를 가려낸다. 만약 과다공제자로 판명 나면 납부세액에 가산세까지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