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체급이 안 맞는다

제6보(101~120)


흑3은 인내의 한 수. 이곳을 이어두지 않고서는 반격의 찬스를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백이 4로 뛰자 하변에 새로운 백의 세력이 조성되고 있다. 이런 흐름이라면 하변에 백의 집이 20집은 너끈히 붙을 전망이다. 한국기원의 실무 직원들이 대국장 주변에 둘러앉아 이번 결승의 흥행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최악의 카드가 뽑혔어.” “맞아. 이창호가 천야오예한테 대마를 잡히고 패할 때 뭔가 잘못 되는 느낌이었어. 이창호와 구리의 대결이라야 최선인데….” “아니면 차라리 구리와 조선족 박문요가 붙는 게 나았을 거야.” “천야오예는 구리와는 체급이 안 맞는 것 같아. 영패로 끝날 조짐이야.” 백6은 18급 초심자 같은 행마지만 지금은 유력한 수가 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소비시간은 천야오예가 2시간 10분, 구리는 50분. 천야오예는 비세를 절감하고 모든 수에 정성을 다하고 있다. 점심은 걸렀다는 소식. 백12가 멋진 잽이었다. 흑이 참고도의 1로 차단하면 백 한 점을 희생타로 하여 외곽을 정비할 예정이다. 백4로 몰고 6으로 튼튼히 보강한 후 A로 나오는 수와 하변을 키우는 수를 맞보기로 하겠다는 작전. 그 코스면 승부의 변수가 완벽하게 사라진다고 생각한 천야오예는 13으로 엉거주춤 물러섰다. 하지만 이젠 백의 가로 두는 수가 남아서 그리 효과적인 응수로 보이지는 않는다. 백14는 이제 더 머물 이유가 없는 곳. 백18도 마찬가지. 원래 이곳은 백이 나로 치중하여 흑을 괴롭히는 수단이 있는 곳이지만 구리는 별다른 기교를 부리지 않고 그냥 셔터를 내릴 심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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