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신기루 같은 '제3지대 통합론'

“제3지대 통합이란 게 결국 신기루가 아닌가 싶습니다.” 범여권이 추진 중인 이른바 ‘제3지대통합론’에 대해 한 열린우리당 의원이 기자에게 던진 촌평이다. 그의 말에는 가닥이 잡히는 듯하다가도 금세 오리무중에 빠지는 범여권 통합 시나리오에 대한 피로감이 배어나 있다. 제3지대통합론의 요지는 민주ㆍ개혁ㆍ평화 원칙에 동의하는 정치권 안팎의 세력이 기득권을 버리고 기존 제도권 밖(제3지대)에서 만나 신당을 만들자는 것이다. 범여권이 정치적 주도권을 버림으로써 국정 난맥상에 대해 참회하고 신세력과 결합해 국민의 지지를 받는 새로운 국가 비전을 내놓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하지만 그 실천은 빈약하기 그지없다. 기득권 포기라는 지점에 와서는 대부분 결단을 내리지 못한 채 구호만을 외치는 수준이다. 열린우리당은 거대 정당의 주도권을 버리는 당 해체 작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고 민주당은 호남 지역구의 기반을 잃을 수 있다는 걱정에 원내교섭단체 통합조차도 거론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통합신당모임과 민생개혁모임 소속 의원들이 열린우리당 탈당이라는 모험을 감행했지만 이들도 사실상 기존 정치권 중심의 통합에 연연하는 분위기다. 제도권 밖의 세력도 아직은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등 시민사회진영의 유명인사들이 참여한 ‘미래구상’과 민주화운동 인사들이 대거 참여 중인 ‘통합과 번영을 위한 국민운동’은 지나치게 개혁ㆍ진보적 색채에 경도돼 있어 중도 통합이라는 큰 틀을 만드는 데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또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를 지지하고 있는 ‘전진코리아’는 실체가 모호해 단체의 성격에 대해서는 심도 있는 검증 작업이 필요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과연 제3지대통합론이란 명분만 거창한 정략적 이합집산에 불과하다는 혹평도 나오고 있다. 범여권은 이 같은 의문에 명쾌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당 해체 여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하고, 민주당은 오는 4월3일의 전당대회에서 통합에 적합한 차기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의원 그룹은 대안세력과의 결합에 속도를 내야 한다. 이런 결단이 없는 통합 논의는 결국 정치 실험에 그칠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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