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조금 거품 없애자(IMF시대 생활속의 구조조정)

◎대기업상무 “월 50만원꼴” 부담국내 굴지의 대기업 상무인 K씨(50)는 매일아침 신문을 펴면 부음난부터 읽는다. 나이 탓인지 요즘에는 부쩍 상을 당한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K씨는 결혼식 등 축하해야 할 자리는 자신이 직접 못가더라도 상가는 꼭 찾는다. 그런 탓에 한주일을 그냥 넘어가는 일이 거의 없고 한달에 조의금으로 나가는 돈이 만만치 않다. 비단 조의금 뿐이 아니다. 책상에 쌓이는 청첩장은 또 어떤가. 일주일에 서너통은 족히 넘는다. 때문에 주말만 되면 걱정이 태산이다. 축의금을 얼마나 해야 할지. 친지나 동료, 부하직원들의 경조사는 그런대로 관행이 있어서 별로 신경을 쓰지 않지만 사업상 중요한 관계가 있는 거래선의 경조사는 소홀히 할 수가 없다. 「얼굴」을 세울수있을 정도의 돈을 넣어야하고 그러다보니 항상 부담을 느낀다. K상무가 경조사비로 내는 돈은 한달 평균 50만원선. 봄·가을이나 환절기에는 1백만원이 넘는다. 월급봉투의 절반을 경조사비로 날릴 때도 있으니 그야말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경조사의 축·조의금은 우리 조상들의 서로 돕고 사는 상부상조의 정신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이같은 정신이 퇴색되고 체면치레내지는 뇌물성으로 변질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미국의 경우 1∼2달러 정도가 관행으이라고 한다. 상을 당했을 경우는 장미꽃 한송이가 고작이다. 그만큼 정신적인 축하와 위로를 중시하고 있다. 경조사는 우리의 중요한 생활문화다. 이제 부풀어 오를때로 오른 축·조의금의 거품을 제거해야 한다. 상부상조의 아름다운 정신을 살리는데 촛점이 맞춰져야 한다. 다행히 요즘 공직사회에서는 경제난국 극복을 위한 건전생활문화 캠페인을 벌이면서 특히 근검·절약운동 차원에서 합리적인 경조사 관행을 정착시키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실·국장급은 3만원, 과장급 2만원, 5급이하 1만원의 기준을 정하고 이를 지키기 위해 경·조사용 봉투를 제작, 활용하고 있다. 이와함께 관직 명의의 조화나 화환은 절대로 주고 받지 않고 경조사 알림은 별도의 알림장을 보내지 않는 대신 종합소식지를 활용하고 있다. 노동부 신영철총무과장은 『경제난국 극복을 위해서는 생활주변의 거품부터 제거해야 된다』며 『따라서 공직자에게 그동안 부담이 돼 온 경조사 축·조의금의 합리화는 생활 구조조정의 우선순위』라고 강조했다.<최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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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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